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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1 (월)

누군가에겐 여전히 까다로운 길 : 한강버스 선착장까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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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름 기자]

대중교통은 말 그대로 누구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가 있든 사회적 약자든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을 지향하고 있는 한강버스도 마찬가지다. 한강버스는 물론 선착장으로 가는 길에도 '차별적 요소'가 있어선 안 된다. 개장을 앞둔 한강버스로 가는 길은 과연 어떨까.

3월 한강버스가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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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비 1㎞가 넘는 한강이 조만간 교통수단이 된다. 늦어도 6월 한강엔 지하철을 대신할 버스가 뜬다. 이름하여 '한강버스'다. 대중교통이라면 '대중'이란 말 그대로 누구나 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강버스 선착장까지 가는 경로는 어떤 이들에겐 까다로운 길일지 모른다. 우리는 2024년 6월 가톨릭대학교의 클래스 'ESG의 이해와 전망(김승균 교수)'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한강버스 선착장으로 가는 길을 취재했다.[※참고: 더스쿠프 608호·모두에게 열렸지만 아무나 갈 순 없다 : 리버버스 무관심한 길].

그해 3~6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 유모차를 끄는 사람, 시각장애인 등과 함께 5호선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여의도 한강버스 선착장까지 가는 길의 현황을 확인했다.

이들에게 길은 녹록지 않았다. 경사로는 가팔랐고, 우회로는 멀었다. 점자보도블록이나 음성안내장치가 없는 길도 숱했다. 시각장애인에겐 '다니지 말라'는 의미와 같았다. 물론 서울시가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서울 공공디자인 진흥위원회(서울시 산하)는 2024년 6월 20일 개최한 제9차 회의에서 조건부 허가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한 선착장을 승인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란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을 일컫는 말이다. 장애를 갖고 있거나 사회적 약자도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디자인을 말한다.

그렇다면 선착장으로 가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은 얼마나 좋아졌을까.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1월 17일, 3월 4일 두차례에 걸쳐 한강을 다시 찾았다. 이번엔 범위를 넓혀 여의도 선착장, 망원 한강공원 선착장, 마곡 선착장을 걸어봤다.

■ 선착장 가는 길➊ 현주소 = 먼저 여의도 선착장으로 가보자. 여의나루역 2번 출구에서 여의도 선착장까지 220m의 길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했다. 경사로(경사진 통로)는 여전히 완전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표지나 점자블록도 없었다. 보완이 필요했다.

이번엔 망원 한강공원 선착장이다. 망원나들목으로 가려면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와 월드컵로와 망원로를 거쳐 한강까지 가야 한다. 거리는 대략 1㎞. 사회적 약자나 시각장애인에겐 짧지 않은 거리다.

다행히 월드컵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도블록이 끊기지 않고 잘 깔려 있었다. 휠체어로도 망원나들목까지 가는 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건널목에 음성안내장치가 없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건널목을 지나 한강쪽으로 3분가량 더 걸으면 선착장으로 가는 '경사 보행로'가 나오고, 이를 통과하면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철재 경사로'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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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더스쿠프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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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한가지 주목할 게 있는데, 휠체어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경사로를 '나선계단'처럼 꼬아놨다는 점이다. 최적 3도 최소 5도의 기울기 조건을 맞추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하지만 이곳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설비가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마곡 선착장으로 가보자.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3번 출구에서 마곡 선착장까지의 거리는 대략 500m. 길이 곧게 뻗어있어서 사회적 약자도 쉽게 오갈 수 있을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버스 정류장과 보도가 뒤섞여 휠체어가 통과하기 어려운 구간이 없지 않았다. 점자블록이 끊겨 있는 경우도 숱했다. 그렇게 마곡 선착장으로 가는 가양 나들목에 도착했다.

여의도·망원나들목의 선착장과 비교하면 마곡 선착장은 지상에서 선착장으로 내려오는 길의 높이차가 컸다. 버스에서 나들목 앞에 내리더라도 선착장까지 가려면 계단을 이용하거나 엘리베이터를 타야 이동할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겐 쉽지 않을 듯했다.

특히 시각장애인에겐 난관의 연속이었다. 엘리베이터 앞에 점자블록이 있었지만 나들목 바닥과 선착장으로 가는 길까지 연결되지 않아 말 그대로 '위험한 길'이었다. '자전거 도로'가 있는 마곡 선착장 앞 역시 마찬가지였다. 횡단보도 표기나 음성안내장치가 없어 시각장애인의 발목을 잡았다.

■ 선착장 가는 길➋ 개선점 = 이처럼 한강버스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완전하지 않다. 누군가에겐 '위험한 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울시는 '위험한 변수'를 없애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령, 휠체어를 탄 이가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밖으로 나오려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한다. 그후 건널목을 지나면 여의도 선착장까지 가는 경사로가 나온다.

서울시는 여기에 휠체어 등이 움직일 수 있는 '더 짧은 길'을 만들고 있다.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의 안전한 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여의도 선착장으로 가는 이벤트 광장의 중앙계단에도 경사로를 만들고 있다. 목적은 휠체어나 유모차가 편하게 드나들 수 있고 인파가 몰리는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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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처럼 한번에 만들 수 없는 것들이 숱하다는 점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점자블록을 깔려면 보도블록 자체를 교체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은 선착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추진하기 어렵다"면서 "조금씩 개선하면서 문제점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말했듯 대중교통은 누구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강버스가 '대중교통'을 지향했다면 '차별적 요소'가 어디에도 있어선 안 된다. 한강버스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 평등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강버스 프로젝트'의 추진을 지나치게 서두른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졸속으로 시작했다간 더 큰 위험을 만날 수 있어서다. 한강버스는 과연 안전한 대중교통이 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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