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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돼지 간, 뇌사자에 첫 이식…10일간 정상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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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 공군 군의대학 부속 시징 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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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돼지 간을 인간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한 첫 사례가 26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Nature)에 공개됐다.

중국 연구진은 작년 뇌사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돼지 간을 이식했으며, “10일간 인간의 몸에서 매우 잘 기능했다”고 밝혔다. 인간의 몸에 이식한 돼지 간으로의 혈류가 양호했으며, 면역 거부 반응이나 염증 축적의 징후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장기를 이식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 인간 장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과학자들은 인간 장기와 비슷한 돼지 장기를 이용하는 연구를 지난 수십 년 동안 진행했다.

CNN에 따르면 작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 돼지 간을 사용하여 외부 간 관류에 최초로 성공한 바 있다. 뇌사자의 혈액을 사람의 몸 밖에 있는 돼지 간을 통해 순환시킨 것. 72시간 동안 염증 징후가 없었고, 환자의 몸은 안정을 유지했다.

중국 연구진은 한 발 더 나아가 사람의 몸에 돼지 간을 직접 이식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돼지 간 이식 실험을 주도한 시안 공군 군의대학 부속 시징 병원 간담도 외과 의사 왕 린 박사는 “심장은 단지 혈액을 펌프질 하는 역할을 한다. 신장의 주요 기능은 소변 생성이다. 하지만 간에는 많은 기능이 있다”며 “간을 다루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리 모두 간의 기능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고 25일 말했다.

간은 혈액을 걸러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고, 영양소를 처리하고, 알코올·약물과 같은 유해물질을 해독하고, 소화를 돕는 담즙을 생성하고, 혈액 응고를 돕는 단백질을 생성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면역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총 6개의 유전자를 편집한 바마 미니 돼지(Bama miniature pig)의 간을 작년 3월 뇌사자에게 이식하고 열흘간 이식한 간의 기능과 혈류, 면역 반응과 염증 반응 등을 관찰했다. 50세의 뇌사자는 심각한 두부 손상 후 뇌사 진단을 받았다.

논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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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간 문맥을 연결한지 2시간 후부터 돼지 간에서 담즙 생성이 시작됐고, 수술 후 10일까지 그 양이 66.5㎖로 증가했다. 또 돼지 간에서 유래한 알부민도 수술 후 증가했으며, 간 손상 시 증가하는 아스파테이트 아미노 전이효소(AST)는 수술 후 첫날 증가했다가 빠르게 감소했고 알라닌 아미노 전이효소(ALT)는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돼지 간 동맥 및 문맥, 간정맥의 혈류 속도는 허용 가능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혈소판 수치도 수술 직후 감소했다가 정상 수준을 회복한 반면 거부 반응 징후는 없었고 면역 반응은 면역 억제제로 조절이 가능했다.

돼지 간 이식 실험은 환자 가족의 요청에 따라 열흘 후 중단했다.

연구진은 환자에겐 온전한 기존 간이 있었고 가족의 요청으로 열흘 만에 간을 제거했기 때문에 간이 환자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었을지 여부는 불분명했다고 말했다.

왕 박사는 “돼지 간이 중증 간부전(간의 합성·해독 기능 저하) 환자를 지원할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 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번 실험은 획기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 전문가는 돼지 간이 인간 간 기능을 부분적으로만 대체하더라도 ‘가교 요법’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피터 프렌드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이식외과 교수는 “그들은 기본적으로 간을 다리에서 심장 쪽으로 이어지는 주요 동맥에 삽입한다. 따라서 더 안전하고 합병증 발생 위험이 훨씬 적으며, 필요 없을 때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다”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심장 이종 이식 프로그램 책임자인 무함마드 모히우딘 교수는 “이것은 이 분야의 큰 도약이다. 자신의 간을 평생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사람의 간을 이식할 수 있을 때까지 가교용으로 사용하거나 간이 재생될 때까지 부분적인 지지대로 사용할 수 있디. 돼지 간 이식이 효과가 있다고 굳게 믿는다”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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