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부글부글… “유대 관계 신뢰 급추락”
‘트럼프 편입 시도’ 그린란드 원정대 합류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4일 미시간주 베이시티의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체 밴티지플라스틱스에서 연설하고 있다. 뒷줄 왼쪽은 배우자 우샤 밴스. 베이시티=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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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에 들어선 뒤 어떤 동맹보다 단단했던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에 빠르게 금이 가고 있다. 더는 자국에 빌붙지 말라는 새 미국 정권의 일방적 배척이 핵심 요인인데, 사령탑인 트럼프 대통령이 선봉에 세운 이가 부통령 JD 밴스다.
‘안보 무임승차’ 험담 주도
밴스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 애틀랜틱에 의해 폭로된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 수뇌부 채팅방 토의에서 노골적으로 유럽을 폄하하고 험담했다. 25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유럽을 지정학적 기생충처럼 표현하는 발언들로 가득했다”고 묘사한 당시 협의를 주도한 인물이 밴스였다.
이날 논의 주제는 친(親)이란 예멘 반군 후티를 타격하는 작전 계획이었다. 밴스는 미국의 후티 공격으로 수에즈운하 해상로가 보호될 경우 막대한 이득을 얻는 편은 유럽이라며 “유럽을 또 구제하는 게 싫다”고 썼다. 그러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당신의 혐오에 공감한다. 참 한심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작전 비용을 유럽에 청구하자는 얘기도 진지하게 오갔다.
물론 유럽 혐오 분위기는 트럼프가 잡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자신이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의 주적으로 줄기차게 유럽을 지목해 온 그는 지난달 자신이 소집한 집권 2기 첫 백악관 각료 회의에서 “미국을 뜯어먹는 게 목적인 조직”이라며 유럽연합(EU)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에 가한 충격은 밴스 편이 더 컸을 수 있다.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을 맡은 그는 “마을에 새 보안관이 왔다”며 유럽 청중들에게 트럼프 체제에 적응할 것을 다그치는가 하면,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을 배척하는 독일 정치권을 상대로 “방화벽(AfD와 협력하지 않는다는 독일 연방의회 원내정당들의 원칙)의 자리는 없다”며 ‘민주주의 강의’를 해 경악게 했다.
“혼자 재미 보게 할 순 없지”
그린란드 지도 앞에 놓여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니어처.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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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 아랑곳없이 이날 밴스는 자신이 28일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찾는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에 올린 글과 동영상을 통해 배우자인 우샤와 미국 대표단의 그린란드 방문 계획을 거론하며 “우샤의 방문을 둘러싸고 흥분과 기대가 크다. 그녀 혼자만 모든 재미를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악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밴스 부부가 그린란드 최북단 미군 기지인 피투피크 기지를 방문해 브리핑을 받고 장병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대신 당초 우샤 밴스 일정이었던 개 썰매 경주 참관 일정은 취소됐다.
한편 트럼프는 이날 미국 NBC뉴스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 계획 민간 메신저 논의 및 유출 사건에 대해 “심각한 일이 아니다”라며 채팅방을 만들고 애틀랜틱 편집장을 초대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재신임했다. 그는 또 언론에 “기밀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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