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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아베 살해범의 ‘여파’ 일 통일교 해산명령…피해 회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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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FFWPU)의 로고.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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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원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가정연합·옛 통일교)에 법인 해산을 명령한 가운데 ‘헌금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가정연합 쪽이 상급심을 통한 법정 투쟁을 예고한 터라 실질적 피해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6일 “가정연합 해산 명령이 (상급심을 거쳐) 확정되면, 교단 재산은 법원이 선정하는 청산인이 관리하게 된다”며 “이 경우, 청산인이 피해 상황과 교단 재산을 조사한 뒤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에 쓰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루 전 도쿄지방재판소(법원)는 “옛 통일교가 법령 위반 행위를 40여년간 전국에 걸쳐 벌이면서 전례 없이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며 “법인격을 부여한 채로 두는 건 매우 부적절해 해산 명령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본인이나 가까운 친척들의 생활 유지에 중대한 지장을 빚어 장기간에 걸쳐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며 “양상이 악질적이고, 결과도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가정연합은 1954년 한국에서 설립돼 10년 뒤인 1964년 일본에서 종교 법인으로 인가받았다. 당초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2015년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일본에서 가정연합이 주로 문제가 됐던 것은 통일교 시절이던 지난 2007년께 신도들이 ‘영계에 있는 조상의 고통을 없애고, 후손이 잘되려면 영적 물건을 사야 한다’는 식으로 꽃병, 인장, 장식품 등을 헌금 형태로 강매하는 이른바 ‘영감상법’ 문제였다. 당시 사회적 문제가 돼 일부 신도가 특정상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고, 교단 시설이 강제 수색됐다. 일본 경시청은 ‘영감상법’에 대해 “단순한 꽃병이나 인감, 장식품 등에 초자연적 영력이 있는 것처럼 속여 부당하게 높은 가격으로 파는 상술”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정연합의 헌금 문제는 지난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 총격 살해 배경으로 드러나면서, 일본 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다. 당시 범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가정이 엉망이 됐다”고 말했고 이는 자민당 정권에 큰 타격을 입혔다. 결국 일본 정부가 관련 조사 뒤 이듬해 법원에 가정연합 해산 명령을 청구한 게 이번 판결로 이어졌다.



일본 법원이 종교 단체에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앞서 지하철 사린 사건을 일으킨 옴 진리교(1996년 확정), 헌금 등을 사취한 메이카쿠지(2002년 확정) 사례가 있었다. 다만 앞선 두 사례가 형법 위반이었던 것과 달리 가정연합은 민법상 불법 행위를 근거로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



피해자들이 종교단체에 냈던 ‘헌금’을 법적 배상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가정연합의 재산은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들에 배상하기에는 충분한 규모다. 법원 결정문에 따르면, 가정연합 쪽은 2015∼2022년 사이 헌금 등으로 연평균 409억엔(3980억원) 규모 수입이 있었고, 2022년도 말 현재 총자산은 1181억엔(1조1500억원)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종교단체에 이미 냈던 헌금을 배상 형태로 돌려받는 법적 절차는 미비한 상황이다. 일본 전국통일교회피해대책변호단은 법원 결정 직후 판결에 환영 뜻을 밝히면서도, 피해 구제 절차에 필요한 필요한 입법 조처를 요구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해 11월까지 가정연합 전 신도들과 가족 등 194명이 영감상법이나 고액 헌금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약 58억엔(564억원)의 배상을 교단에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법적) 구제가 지연되면서 대부분 법원의 조정절차로 넘어가 있는 상태”라고 풀이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종교법인법은 ‘청산인이 채권 추심이나 빚 변제 등을 위해 필요한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추상적으로만 명시하고 구체적 권한을 규정하지 않았다.



2심, 3심에 걸쳐 법적 공방이 예고된 것도 피해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가정연합 쪽은 1심 판결 뒤 “잘못된 법 해석에 따라 내려진 것으로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냈다. 다나카 도미히로 일본 가정연합 회장은 “올바른 판단을 받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항소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가정연합 일본 내 신자는 60만명, 이 가운데 10만여명이 매주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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