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고위 외교안보라인 ‘후티 공습’ 논의 민간 채팅방서
헤그세스 국방장관 “유럽 무임승차, 한심하다”
외신 “유럽에 대한 뿌리깊은 경멸 보여줘”
영국 “후티 공습에 영국 항공기 지원” 반박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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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외교안보라인이 기자가 참여한 민간 메신저 ‘시그널’ 채팅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 일부가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 파장이 유럽에도 미치고 있다. 이들이 유럽에 대해 “한심하다(PATHETIC)”고 언급하고, “무임승차”한다고 비난한 대화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됐기 때문이다. 유럽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 분석가들은 “미국이 유럽에 대한 경멸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며 분노에 찬 반응을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 ,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은 전했다.
시그널의 채팅방에 참여한 미 시사잡지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이 공개한 대화 내용을 보면 J D 밴스 부통령은 예멘의 후티 반군 공습 계획을 논하며 “나는 유럽을 또다시 구제하는 게 정말 싫다”며 이번 공습이 미국보다 유럽에 훨씬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유럽의 무임승차에 대한 혐오감을 전적으로 공유한다”며 “그것은 한심한 일(It’s PATHETIC)”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로 추정되는 ‘SM’이라는 대화명을 쓴 이는 유럽이 미국에 작전에 대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항해의 자유를 성공적으로 복구한다면, 그 대가로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어야 한다”고 썼다.
WP는 “유럽인들은 미국의 오랜 동맹국에 대한 경멸을 확인하게 됐다”며 “워싱턴의 가장 가까운 군사·외교 파트너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조롱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전 스웨덴 총리 칼 빌트는 “밴스 부통령은 다시 한번 깊은 반유럽적 분노에 사로잡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고, 프랑스의 전 사령관 니콜라 리슈 장군은 “진정한 증오”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국제 관계 연구소장 나탈리 토치는 NYT에 “대서양 동맹은 끝났고, 기껏해야 무관심한 경멸이 있을 뿐”이라며 “최악의 경우, 유럽을 약화하려는 적극적 시도가 있다”고 말했다.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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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채팅방의 대화 내용이 사실과도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럽연합(EU) 관계자는 미국에 예멘의 후티 반군 공습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단순히 통보받았다고 NYT에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후티 반군 공습에 영국의 급유 항공기가 지원된 사실을 언급했다. 영국의 전 국방장관 그랜트 샤프스는 유럽 군대가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이 상업 선박을 표적으로 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틀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샤프스는 엑스에 “나는 후티에 대한 공습 4건을 승인했고, 영국 해군은 해상 운송을 방어했다. 우리 군대는 무역을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워싱턴의 일부 사람들에게 이를 상기시켜야 한다”고 썼다.
이번 채팅방 유출 사건은 밴스 부통령의 뿌리 깊은 ‘유럽 혐오’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지난달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한 밴스 부통령은 “현재 유럽의 가치가 미국이 방어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유럽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유럽 스스로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서 후퇴하는 것”이라 연설하며 유럽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유럽이 “문명적 자살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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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2503261302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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