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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일)

"美상무, 없는 시간 쪼개 사절단 만나…한국 중요시한다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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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이 전한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러트닉 장관 면담 막전막후

"러트닉, '투자 많이 해달라'고 해…미국에 '한미 시너지' 6개 분야 소개"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하워드 러트닉 장관이) 취임 선서를 앞두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 한국을 억지로 만나줬다. 그만큼 그쪽에서 한국을 중요하게 여기고 자신의 메시지와 필요한 소식을 전해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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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난 최태원 회장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의 면담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달 말 국내 2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대미 통상 아웃리치 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을 찾았다.

러트닉 장관과 사절단의 면담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러트닉 장관의 취임 선서식을 불과 3시간가량 앞두고 이뤄졌다. 면담도 당일 새벽 전격적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면담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국 사절단이 홀대받았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이에 대해 최 회장은 "홀대받은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상원 인준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상무장관 면담은 애초에 확정된 게 아니었다"며 "막판에 인준이 났지만 취임 선서 등의 절차가 끝난 게 아니어서 미팅은 취소됐는데 다시 잘 접촉한 결과 한밤중에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미팅이 살아났다"고 전했다.

이어 "러트닉 장관이 취임 선서는 하기 전이었지만 한국 사절단을 만나서 얘기를 듣거나 자기 얘기를 전할, 상당히 중요한 상대방이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며 "상무부 사무실에서 45분 동안 미팅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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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 회장은 "러트닉 장관은 기업가"라며 "여러 얘기를 했는데 투자를 많이 해달라는 얘기가 골간을 이뤘고, 아직 장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생각이라며 투자를 많이 하면 크레딧을 주겠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국 기업이 미국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전담 직원을 배치해 심사 허가 등의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그 이상의 최고급 대우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최 회장은 "자기 생각으로 크레딧에는 나름대로 단계가 있고 10억달러 미만이나 이상을 투자하면 대우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100억 달러 이상으로 가면 '화이트 글러브' 서비스라고 해서 일종의 집사처럼 최상의 대접을 해주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미국에 투자를 많이 해달라고 세일즈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준비해 간 아이디어가 많이는 있었는데 시간 부족으로 아주 일부만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그다음에 중요한 얘기는 상계 관세, 즉 상호주의 형태로 가겠다, 한국이 미국을 어떻게 대하고 비관세 부분에서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우리도 상응하는 형태로 하겠다는 거였다"며 "나라별로 관세가 다르고 품목별로 다를 수 있다는 얘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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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러트닉 상무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최 회장이 이끈 사절단은 방미 기간 러트닉 장관 외에도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 재무부 관계자 등을 만나 조선과 에너지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간 전략적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미국을 찾아갔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마이애미에서 백악관 인사들을 초청해 행사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리로 갔다"며 "그 바람에 상당수 인사가 마이애미로 가서 원래 계획했던 만큼 만나거나 메시지를 전할 방법이 없었던 게 아쉬운 점"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나름대로 논리를 가지고 갔다"며 "과거 8년간 무역적자 중 80%는 대한민국이 외국인 직접투자(FDI) 형태로 미국에 투자했기 때문이고 FDI가 그린필드(생산시설·법인 설립)로 투자하게 되면 이런 현상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기본적인 논리와 해석을 전해줬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이와 더불어 3가지 카드로 ▲ 지속적인 FDI 투자 ▲ 에너지 등 미국 상품 수입 확대 ▲ 6가지 한미 시너지 분야 등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미국 측에) FDI 투자는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고 미국의 형평과 여러 정책에 맞춰 기업이 할 것이라고 했다"며 "FDI를 늘리겠다고는 하지 않았고 하던 대로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미국에 총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대미 투자에 대해서는 "이미 계획된 투자가 있는데 그건 그대로 갈 것"이라며 "보조금과 정책 등 여러가지 상황이 있어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 관세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이어 "가능한 미국 상품을 조금 더 많이 사서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했다"며 "특히 에너지는 어차피 수입해야 하고 중동 의존도가 너무 컸는데 가격과 조건만 제대로 맞으면 중동산보다 미국산 에너지를 더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 2가지는 '바이 앤 셀'(buy and sell) 관계"라며 "이는 트레이드 이슈로 제로섬 게임과 비슷한 얘기가 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는 통상 관계가 제대로 갈 수 없어 한미 양쪽이 다 이익을 볼 수 있는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6가지 시너지 분야를 소개했고 그에 대해 20개 이상의 나라가 통상 사절단을 보내서 얘기했지만 한국만큼 잘 준비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다준 적은 없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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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대한상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최 회장은 "(사절단의) 가장 큰 목적은 우리가 흔들림 없이 대화할 수 있는 파트너고 그렇게 할 의향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한 것"이라며 "그 부분은 충분히 잘 설명이 됐다"고 말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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