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1기 트럼프 행정부 때 숱한 화제를 뿌렸던 조선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브로맨스 시즌 1'이 허망하게 종방된 것은 한미연합훈련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대개 두 사람의 브로맨스가 끝난 시점을 2019년 2월에 있었던 '하노이 노딜'로 언급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하노이 노딜 이후 4개월 만에 판문점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북미 실무 회담 개최'라는 구두상의 합의를 이뤄냈다. 그런데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8월에 연합훈련을 실시하기로 하자, 김정은은 '나를 바보 취급하지 말라'며 미련을 접었다. '실연'의 직접적인 사유가 한미연합훈련에 있었던 만큼 '재회'의 가능성 역시 이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2기 트럼프 행정부 들어 북미간의 초기 기싸움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한미·한미일 연합훈련을 실시해 조선의 강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선은 이들 훈련을 맹비난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전 정부의 다른 정책은 뒤집으면서 "대조선 적대정책만 계승·강화"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조선의 대미 비난이 노동신문의 논평이나 외무성 군축 및 평화연구소에서 나오고 있어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 한 가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탄핵 사태 종료 이후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염두에 둔 사전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때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정도 올려 받겠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한미 간 특별조치협정(SMA)의 적용 범위는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군사 건설비, 군수 지원비로 한정되어 있고, 지금까지도 불용액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존 협정을 유지할 경우 미국이 한국에 분담금 대폭 인상을 요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였던 지난해 8월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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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향후 한국 정부의 최대 난제 가운데 하나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있을 것임을 예고해준다. 우리에게 나쁜 시나리오는 분담금은 대폭 인상되고 한반도 정세는 나날이 악화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당면해선 매년 8월에 실시되는 대규모 연합훈련을 유예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의 터무니없는 분담금 인상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북미회담 재개의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축소지향적인 한미동맹 재편과 북미회담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개가 한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도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라는 점에서 향후 한미동맹의 정책 협의의 핵심 목표로 삼을 법한 선택이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최근 신간 <달라진 김정은, 돌아온 트럼프>를 발간했습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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