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4일 ‘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관련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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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자는 논의가 ‘핵무장론’으로 확대돼 국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비핵화 대상에서 남한은 빠진다고 비칠 수 있다는 것이 쟁점이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 6일 ‘한·미 동맹 지지 결의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올린 사실이 알려지며 그 원인으로 한국의 핵무장론이 지목받기 직전이었다.
25일 경향신문이 확인한 소위 속기록에 따르면, 한·미 동맹 지지 결의안에 담긴 ‘북한 비핵화’ 용어 조정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 논쟁이 벌어졌다. 남한까지 대상에 아우르는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 야당 의원들 주장이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내부의 공론화 과정 없이 입장을 바꾼다는 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 비핵화’는 직설적으로 말하면 북한에는 핵이 없고 남한에는 핵이 있는 것들을 허용하는 거잖나”라고 말했다.
논의는 한국 내 핵무장론으로 확대됐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보수 진영의 ‘핵 잠재력 보유’ 주장이 국제사회에서 “위장 핵 개발론”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한국의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 의지를 더 담을 수 있는 ‘한반도 비핵화’가 훨씬 더 호소력 있다”고 주장했다.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은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 비핵화’로 조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가 맞지만 한·미 동맹이 당면해서 추진해야 될 부분은 북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이 옛날처럼 전술핵을 다시 (남한에) 배치할 수도 있다”며 “주한미군이 전술핵을 갖지 않도록 한·미 동맹은 노력한다고 쓰는 건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이에 위 의원은 “한반도 비핵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미국이 한국에서 전술핵이나 전략핵을 운용하는 데 제약이 되지는 않는다”며 “미국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하에서 운용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기웅 의원은 “미국은 어떤 경우에도 남한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고 요구하는 거로 읽힐 수 있다”며 “그 표현(한반도 비핵화)을 굳이 안 쓰면 더 좋다”고 재반박했다.
논쟁 끝에 여야는 ‘북한 비핵화’로 합의해 소위에서 결의안을 의결했다. 이후 지난 11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도 “어떻게 해석될 건지 고려하면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우려가 있다”(이재정 민주당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결의안은 원안대로 외통위를 통과해 지난 13일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북한의 위협적인 핵 무력 도발 시 정부의 자체 핵무장 선언을 요구한 해당 결의안에 대해 외통위 측은 비판적 검토 의견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외통위 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검토보고서에서 “핵무장은 그 자체로 국제 안보와 지역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히 한반도와 같은 고도의 긴장 지역에서 군비 경쟁을 촉발할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수석전문위원은 또 “NPT 및 NPT 체제를 약화시키며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확장억제 전략이 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핵무장에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결의안에 대해 “핵무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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