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7 (목)

[사설] 안동·청송 주민 대피령, 국가 재난 상황이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5일 경북 안동시 남선면 인근 야산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경북 의성 등 전국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산불이 잡히기는커녕 강풍과 건조한 날씨라는 기상 조건과 맞물려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산불이다.

산불은 경남 산청·하동, 경북 의성, 울산 울주 등에서 진행 중이지만 특히 의성 산불이 문제다. 이 산불이 북쪽 안동시로 번지면서 불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근처까지 접근했다. 의성 산불은 청송군 쪽으로도 번져 주왕산 국립공원으로까지 불씨가 옮겨붙었다. 이에 법무부 교정본부는 경북북부교도소(옛 청송교도소)와 안동교도소에 있는 재소자 3500여 명을 긴급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안동시와 청송군은 재난 문자를 통해 전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정부는 25일에도 헬기 110대, 인력 6700여 명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불길을 잡으려고 했지만 피해 면적은 약 1만5000㏊로 커졌다. 주택과 공장, 사찰 등 건물 160곳 이상이 불에 탔다. 천년 고찰이자 국가 보물인 의성 고운사도 결국 산불 화마에 무너졌다. 이재민이 6000명을 넘었고, 5번째 사망자가 나오는 등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가히 대형 재난이다. 다행히 강풍이 잦아든다고 하고 내일은 약한 비도 예보됐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불길을 잡아야 한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산불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30.5%), 쓰레기 소각(23.5%), 담뱃불(6.6%) 등이었다. 조금만 조심했으면 피할 수 있는 산불이 3분의 2에 달하는 것이다. 이번 산불도 묘지 정리나 농막 제작 과정에서 불꽃이 튀어 발생한 실화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산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산불은 일단 번지면 무엇보다 물을 대량으로 담을 수 있는 대형 헬기를 사용해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총 50대인데 그중 담수 용량이 8t인 대형 헬기가 7대뿐이라고 한다. 그나마 2대는 정비 중이어서 5대만 가동하고 있다. 대형 헬기도 더 구입하는 등 장비를 대폭 보강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내화력이 강한 활엽수를 많이 심고 방화선 역할을 하는 임도(林道)도 더 늘려야 한다.

[조선일보]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