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5 현장에서 만난 스충탕 대만 ASUS 회장/오로라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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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 스충탕(施崇棠·조니 시) 대만 에이수스(ASUS) 회장 아니야?’
기자는 지난 20일 엔비디아의 연례 행사 ‘GTC 2025’에서 전시 부스 투어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쫓아다니다 뉴스에서만 봤던 얼굴을 알아보고 깜짝 놀랐다. 황 CEO와의 셀카를 위해 운집한 인파 너머로 보이는 깡마른 노인은 분명 모리스 창 TSMC 창업자, 궈타이밍 폭스콘 창업자 등과 함께 대만 테크계 대부로 꼽히는 스충탕 회장이었다. 한참 동안 이어진 기념 촬영이 끝나길 기다린 기자는 부스 뒤편으로 퇴장하려는 스 회장을 붙잡고 물었다. “최근 테크계에 부상하는 ‘대만 파워’를 체감하시나요?”
1989년 PC 부품인 메인보드 제조 업체 에이수스를 창업하고, 2000년대 들어 회사를 세계적인 노트북 제조 업체로 키워낸 기업인의 두 눈은 그 질문에 반짝였다. 그는 “물론이다”라며 “대만인으로서 매우 자랑스러운 순간이다”라고 답했다. 에이수스는 한때 전자기기 수요 하락으로 성장 한계에 봉착했지만, 최근 엔비디아와 함께 데이터 센터 사업으로 진출하며 지난 1년간 주가가 54% 급등하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이번 GTC에서 황 CEO는 향후 4년간의 인공지능(AI)칩 로드맵을 내놨는데,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함께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20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폭스콘 부스를 참관하는 중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과 마주보며 웃고 있다./공동취재단 |
이날 전시 현장에 깜짝 모습을 드러낸 대만 테크계 거물은 스 회장뿐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 기업 폭스콘의 류양웨이(劉揚偉) 회장은 황 CEO를 향해 두 손을 들어 엄지를 세워 보이며 활짝 웃었고,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한참 동안 얘기를 나눴다. 이날 황 CEO가 방문한 대만계 기업 부스에선 하나 같이 ‘팀 타이완(Team Taiwan)’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황 CEO는 이날 삼성전자·MS·구글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부스를 둘러봤지만, 대만 기업만큼 진심 어린 애정을 과시한 곳은 없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미·중이 격돌하는 지금의 세상을 두고 ‘세계화는 죽었다’고 진단했다. 앞으론 민족·동맹을 기반으로 한 든든한 ‘관계’가 받쳐주지 않을 경우, 글로벌 테크 경쟁을 이겨내기 어렵단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뛰어난 기술 역량을 하나로 묶을 젠슨 황 같은 강력한 구심점이 없는 데다, 기업들도 각자도생에 머물러 판을 함께 키우려는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글로벌 선두 IT 강국인데, 왜 ‘팀 코리아’로 움직이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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