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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러, 휴전 협상서 우크라 점령지 통제권 확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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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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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미국과의 휴전 협상에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등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 전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23일 모스크바타임스는 익명의 크렘린궁 고위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최대한 지연시키며 우크라이나 영토 점령을 확대하려 한다”고 전했다. 한 러시아 관리는 러시아가 협상하는 동안 러시아군들이 전장에서 계속 진군할 수 있도록 미국 측이 암묵적으로 허용해주거나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 점령 지역에서 완전히 철수하도록 압력을 가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22년 9월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지역들을 강제 합병한 뒤 러시아 헌법에 자국 영토로 공식 편입했다. 실제로는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통칭)의 80%, 자포리자와 헤르손의 70% 이상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포리자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한 크렘린 관계자는 “헌법에 이 지역들의 지위가 명시된 만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통제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자포리자와 헤르손 전체가 필요하다”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군을) 떠나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군사력으로 통제권을 확보하면서 장기적인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와 수미 등과 같은 우크라이나 내 영토를 추가 점령해 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우크라이나 통제 지역과 교환하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관리들은 미국 측이 영토 경계선의 정확한 위치에 큰 관심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적이고 잘 무장된 친서방 우크라이나를 원하지만, 정확한 국경선 위치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평화의 장애물로 몰아붙일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최근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이 우크라이나에 의해 이미 위반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 대표단은 24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12시간 동안 회담했다. 이번 2차 회담에서는 에너지 분야에 국한한 휴전의 범위를 흑해로 확대하는 방안을 비롯해 영토와 휴전선, 우크라이나 발전소 소유권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번 회담에 그리고리 카라신 상원 국제문제위원장과 세르게이 베세다 연방보안국(FSN) 국장 보좌관을 파견했다. 카라신은 47년간 외무부에서 근무하며 민스크 협정 초안 작성에 참여했고 베세다는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의 핵심 인물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 데이비드 샤프는 “러시아군이 합병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드니프로강을 건너 헤르손을 점령하거나 자포리자를 점령하려면 러시아군의 극적인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표도르 루키아노프 러시아인글로벌어페어 편집장은 “현재 상황이 러시아의 시나리오대로 전개되고 있다”며 “흑해 에너지 인프라와 선박에 대한 공격 중단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전장의 상황을 직접적으로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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