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드라마 인기에 '그 시절 공동체 그리움'도 반영
'서로 다른 생각' 인정 필요…함께 사는 정신 회복해야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
(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수많은 산림이 잿더미가 되고 산불진화대원을 비롯한 4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대형 산불 소식은 매번 어릴 적 아픈 기억을 소환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로 기억한다. 1970년대만 해도 농촌에선 병충해를 예방한답시고 봄철에 논·밭두렁을 많이 태웠다. 어느 날 야산 기슭에 있는 논두렁 태우러 가는 아버지를 따라나섰는데 그만 논두렁 불길이 삽시간에 산으로 옮겨붙고 말았다. 아버지는 불이 산으로 더 번지는 것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곧장 마을로 내달렸다.
마을 어귀에 다다라 보이는 사람마다 대놓고 "산불 났다"고 외쳤다. 헐레벌떡 집에 도착해 어머니를 붙잡고 "아버지가 산불 냈어요. 아버지 잡혀가게 생겼어요"라고 울부짖으며 발을 동동 굴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회관에 설치된 높은 스피커에서 "마을 뒷산에 산불이 났습니다"라는 긴급 방송과 함께 '주민 동원령'이 내려졌다. 그때만 해도 마을공동체 의식이 강했다. 불이 나면 온 마을 사람들이 불 끄러 몰려갔었다. 동네에 산불을 끌 만한 젊은 사람들도 많았다. 다행히 그날 산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고, 아버지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중에도 마을 사람들의 연대가 드러나는 장면과 대사들이 여럿 나온다. 주인공 애순과 관식의 막내아들이 태풍 와중에 실종되자 온 마을 사람들이 아이를 찾아 나선다.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를 부둥켜안고 울부짖던 애순이가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는 이웃들의 힘이 컸다.
아들을 잃고 끼니조차 챙길 힘이 없던 애순이는 어느 날 집 부엌 여기저기에 가득 놓인 음식들을 발견하고 놀라는 장면이 있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도 모를 그 음식들 앞에서 애순이는 눈물을 터뜨리고 만다. 이때 "유채꽃이 혼자 피나 꼭 떼로 피지. 혼자였으면 골백번 꺾였어. 원래 사람 하나를 살리는데도 온 고을을 다 부려야 하는 거였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말없이 찾아오는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이 절망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북돋아 준다는 설정이다. 힘들 때 더욱 빛나는 것이 공동체의 힘과 정신이다.
<폭싹 속았수다>가 인기를 끄는 데에는 '옛날'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그들은 그때가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기쁨이나 슬픔을 함께하는 이웃과 마을 사람들이 있어 살만했다는 생각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을 것이다. 팍팍한 현실이 그런 생각을 더 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함께 사는 세상이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우리 사회를 점점 더 갈라놓고 있다. 극도의 혼란과 불안 속에 사회 분위기가 '내편 네편'을 나누고 서로에게 "당신은 어느 쪽 편입니까"라고 다그쳐 묻고 있는 듯하다.
bo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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