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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팔레스타인 시위’ 美 한인 대학생, 영주권 박탈 추방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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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한국계 컬럼비아대 학생이 추방 위기에 놓인 것으로 24일(현지 시간) 알려졌다. 사진은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 캠퍼스 울타리에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설치한 팔레스타인 깃발들이 펄럭이는 모습. 2025.03.25. [뉴욕=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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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리그(미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 대학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 정모 씨(21)가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했다가 미국 이민당국의 추방 대상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7세 때 부모와 미국으로 이주한 정 씨는 2021년 영주권을 획득했다. 그런데도 이달 10일 미 국무부로부터 “체류 자격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 검찰 등은 현재 소재 불명인 정 씨의 신병을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 정 씨는 이들을 피해 다니는 상황에서도 영주권자인 자신을 추방하려는 시도가 부당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 등을 상대로 24일 소송을 제기했다. 그의 거취가 어떻게 결론 나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반(反)이민, 반팔레스타인 기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 씨가 이날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그는 앞서 5일 컬럼비아대의 자매학교인 버나드 칼리지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했다 체포됐다.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당국의 출석 통지서를 받았고, 당일 풀려났다.

컬럼비아대는 7일 그에게 ‘임시 정학’ 처분을 내렸다. 8일 ICE 또한 그에게 ‘행정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E가 자체 발급할 수 있는 이 영장은 법원이 발부하는 체포영장과는 달리 효력이 제한적이다. 이를 소지한 단속 요원이 주거지 소유자, 학교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해당 장소에 입장할 수 있다. ICE는 9일 정 씨의 부모 자택을 방문했으나 정 씨는 없었다.

ICE는 13일 그를 찾기 위해 컬럼비아대 기숙사도 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연방검찰이 ‘은닉법’을 적용해 발부받은 수색영장을 사용했다. 은닉법은 불법 체류자를 숨기거나 보호하는 행위를 금한다.

정 씨는 소장에서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바탕으로 보복을 가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또 “비(非)시민권자의 정치적 견해 표현이 현 행정부의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민당국의 구금 및 추방 위협이 처벌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 또한 “정 씨는 다른 수백 명의 컬럼비아대 학생처럼 팔레스타인 지지 활동에 참여했을 뿐, 시위를 조직하거나 집행부 역할을 맡은 이력이 전혀 없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씨는 단 한 번도 불법 체류 신분이었던 적이 없으며 학업 성적 또한 우수했고 미국에서 법률가로 인생을 살아가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NYT에 따르면 국무장관은 ‘이민국적법’에 따라 국가의 외교 정책 의제를 위협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비시민권자에게 체류 취소 통보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반전 시위 참여자 중 최초로 영주권을 박탈당한 뒤 붙잡힌 팔레스타인계 시리아인 마흐무드 칼릴(30)은 이 규정에 따라 현재 루이지애나주 이민당국 시설에 구금돼 있다. 만일 정 씨가 당국에 붙잡힌다면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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