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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 (목)

정의선 美에 31조 대규모 투자…고민 깊어지는 삼성·LG·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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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회장, 트럼프 2기 정부 韓 기업 중 최초 대형 투자

韓 기업, 관세 상황 주시하며 시나리오별 대응 준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2028년까지 210억 달러 규모의 전략적 재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백악관 방송 캡처) ⓒ News1 류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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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25일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로 하면서 대한민국 주요 글로벌 기업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철강과 자동차에 이어 반도체와 가전, 의약품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일괄 관세가 아닌 국가별 상호 관세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지만 대미 투자 압박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어서다.

현대차를 비롯해 TSMC 등 주요 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에 나섰지만, 계획에도 없던 대규모 투자를 추가로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삼성·LG·SK그룹은 미국의 관세 부과 추진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美에 31조 원 투자…명분·실리 챙겨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존슨 미 연방의회 하원의장,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를 투자, 연 120만 대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이날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투자를 △자동차 △부품·물류·철강 △미래산업·에너지 등 3개 부분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미국 현지생산 120만 대 체제 구축을 위해 총 86억 달러를 투자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서는 완성차-부품사 간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현대차·기아와 동반 진출한 부품·물류·철강 그룹사들이 총 61억 달러를 집행한다.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서는 63억 달러를 집행한다. 자율주행, 로봇, AI, 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된 미국 유수의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인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슈퍼널(Supernal), 모셔널(Motional)의 사업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 회장의 통 큰 투자 결정에 트럼프 대통령은 대대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하면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감사하다. 정말 영광"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현대차는 미국에서 생산해 자동차를 만들 것이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의 투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정책'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반격 카드를 쥐여준 셈이다. 현대차 역시 미국 소비자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 동시에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대부분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관세 압박 받는 삼성·SK·LG…고심 또 고심

현대차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결정에 국내 글로벌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부터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는 까닭이다. 미국은 무역 적자 규모가 큰 국가를 중심으로 먼저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무역 적자국 8위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도 시사했다. 반도체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자동차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06억 8000만 달러다. 반도체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회원국 간 관세를 물리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내 반도체 설비 투자 기업에 총 527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 공장 2곳과 R&D 시설 1곳 등을 짓기로 하면서 3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과 R&D 시설 설립을 발표하면서 38억 7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에 큰 부담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공장을 증설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인건비 등 따져볼 사안이 아주 많기에 공장 이전 및 건설은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기업 입장에서 결코 가벼이 여길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기업에 대한 관세 압박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 투자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현대차 투자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했다.

이는 최근 대만 반도체 업체 TSMC의 미국 내 1000억 달러(약 146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 발표에 이어 현대차의 대규모 투자 역시 자신의 관세 압박 때문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결국 앞으로 관세 압박은 지속되거나 강도를 더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워 추가 비용에 대한 추계 역시 쉽지 않다.

주요 기업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는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근 미국발 관세 위협, 관세전쟁 등 경영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많으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런 변화와 치열한 경쟁 환경은 경영활동의 상수로, 정교한 시나리오를 작성해서 플레이북이란 이름으로 실행하고 업데이트하면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 환경에서 흔들리지 않는 사업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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