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인기협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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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해 국내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해법입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인기협에서 본지와 만나 “한국은 위기다. 경제가 올스톱 된 상황에서 규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지금은 규제가 아니라 지원이 필요할 때”라고 했다. 박 회장은 DJ정부 시절 초고속인터넷망 구축을 추진해 한국이 IT 강국으로 도약한 사례를 언급하며 “AI 시대에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플랫폼 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미비하다. 정부는 대리인 지정 제도 등을 통해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박 회장은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빅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회피 수단을 동원해 빠져나갈 것이고 결국 국내 기업들만 규제의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역차별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한국 플랫폼 시장이 독과점이냐는 질문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은 7~8개의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이처럼 다수의 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행위를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는 언제든 가격과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으며 경쟁에서 밀린 기업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자정 작용을 할 수 있다”며 “규제보다 경쟁이 최고의 시장 조정 장치”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이 국가 안보, 경제, 군사 등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규제 완화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해 AI 패권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에 박 회장은 한국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 경제가 더는 제조업 중심에서 머물러서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글로벌 앱마켓 시장 90% 이상을 점유한 애플과 구글은 2008년 앱 생태계를 구축한 이후 지금까지 영구적으로 전 세계 앱 개발사로부터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으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는 이유도 AI 시대 앱마켓 같은 디지털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해서”라며 “그 수익은 자동차 수백만 대 판매량 이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지금이야말로 AI 소버린(주권) 확보의 골든타임”이라며 “한국이 AI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결국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종속돼 하청 구조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국이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더불어, 병역 특례를 통해 인재들이 IT 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었던 점이 큰 역할을 했다”며 “AI 인재 유치 전략의 하나로 병역 특례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한, AI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며 “단순히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추가 예산 편성(추경)이나 해외 자본 유치 등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 등 해외 자본과 협력해 한국 기업이 글로벌 AI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필요한 규제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AI 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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