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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편견과 정반대로 뛰었다”···뚝심과 배짱으로 만든 1조 블록버스터 ‘램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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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1위 순간

⑧셀트리온

잘나가던 CMO 사업 접고 승부수

숱한 위기와 편견·질시 극복하고

바이오시밀러 시장 게임체인저로

돈도, 기술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세계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열정 뿐이었다. 출발이 순탄할 리 없었다. 주위에서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일반적인 제약기업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품을 연구개발(R&D)한 뒤 생산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부터 짓고 기술을 익히기 위해 제약 생산을 시작했다. (셀트리온(068270) 창립 15주년 포토 스토리북)

셀트리온의 역사는 세계 바이오시밀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탁생산(CMO) 기업에서 시작해 숱한 위기와 편견, 질시를 극복하고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비롯해 세계 첫 혈액항암제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유방암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허주마’ 등 총 11종의 바이오시밀러를 잇따라 출시하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를 넘어 게임체인저가 됐다. 서정진 회장 등 지난 23년간 함께한 임직원들의 뚝심과 배짱이 이뤄낸 성과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상의 편견과 정반대로 뛴 결과”라며 “셀트리온에 붙던 의구심과 회의의 물음표는 감탄의 느낌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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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을 확신으로 바꾼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
“이제 사기꾼이라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 서 회장이 2012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램시마’ 판매 승인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다. CMO에서 시작해 바이오시밀러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이후 겪었던 숱한 의심과 비난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안도감에 나온 말이다. 과거 10년간 힘들었던 개발 과정이 떠오르며 만감이 교차했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 의약품 ‘레미케이드’를 바이오시밀러로 만든 제품이다. 류머티즘성 관절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등에 효과가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세계 첫 바이오 항체 의약품 바이오시밀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퍼스트무버, 국내 첫 블록버스터로 우뚝

램시마는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판매 승인을 받으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퍼스트무버가 됐다. 100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 허가를 받으며 글로벌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구과 유럽에서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특히 유럽에서는 2013년 출시 후 4년 만에 오리지널 의약품의 점유율을 뛰어 넘는 기염을 토하며 독주체제를 굳혔다.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램시마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62%에 달했다. 램시마는 지난해 연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며 128년 제약산업 역사상 첫 ‘블록버스터’의 영광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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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과 배짱, 그리고 결단

셀트리온은 램시마 개발 및 상용화 성공으로 바이오시밀러의 퍼스트무버가 됐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았다.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공식화한 건 CMO사업이 순항하던 2008년 9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관절염 치료제 ‘오렌시아’ 생산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의 수주가 밀려들던 시기다. 서 회장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선포식에서 “2011년부터 항체의약품 7종을 전세계에 출시하고 2012년 5000억 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는 야심찬 사업계획을 내놓았다.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잘 나가던 CMO 사업에서 바이오시밀러라는 생소한 개념의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전략이 무리수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항체 바이오시밀러는 분자구조가 복잡해 고도의 기술력이 없으면 개발이 어렵고 막대한 글로벌 임상 비용도 들어간다. 더구나 대부분의 국가에서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허가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여러모로 불확실성도 높았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CMO 사업까지 사실상 중단하는 결단을 내렸다. 2010년 1월 BMS와의 계약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매년 천 억 원대 안정적인 매출을 보장해주는 초대형 고객사인 BMS와의 관계를 끊고 홀로서기를 선택한 결정이 오늘 날 바이오시밀러 시대를 열게 만든 분기점이 됐다.



램시마SC 빠른 성장세···회장이 직접 뛰며 미국 시장 공략 박차

램시마를 피하주사(SC)제형으로 개발한 ‘램시마SC’의 빠른 성장세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SC제형은 피부와 근육 사이 피하지방에 약물을 주사하는 방식으로 환자 스스로 짧은 시간에 투약이 가능해 편의성이 높다. 셀트리온은 SC제형의 장점을 앞세운 램시마SC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다하고 있어 램시마 제품군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램시마SC는 유럽시장에 출시된 2020년 점유율이 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21%를 기록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경쟁사 제품에서 램시마로 옮겨온 환자들이 다시 램시마SC로 전환해 유지 치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 올해도 지속적인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세계 최대 제약시장인 미국에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출시된 이후 보험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과 모두 등재 계약을 체결하는 등 처방 확대를 위한 기반 마련에 성공했다. 작년 9월부터 TV와 유튜브 등을 활용한 미디어 광고를 개시해 의료진 및 환자들의 제품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행보도 눈에 띈다. 서 회장이 직접 영업 최전선에 뛰어들어 의료기관을 순회하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만큼 시장 조기 안착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회사 창업자가 현장에서 의료진들을 직접 만나 제품을 알리는 경우가 드문 만큼 현지 의료진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램시마를 통해 국내 첫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등극하며 제약·바이오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며 “후속 바이오시밀러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등 신약개발도 성공적으로 추진해 제2, 제3의 램시가 탄생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 선임기자 mckid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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