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 건보 적용 재평가 논란
당국 "서양 의료계 논문 등 제출"
자연유래 성분, 亞서 주로 사용
美 등 해외 연구사례 거의 없어
업계 "불가능 숙제···특성 반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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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이 천연물 의약품들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 재평가 심사 자료로 서양 국가들의 의학 교과서나 평가보고서 등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방이나 동양의학에서 기반한 자연유래 물질을 원료로 사용하는 천연물 의약품의 특성상 양방 중심의 서양 의료계에서는 관련 연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사실상 불가능한 숙제를 받았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던 의약품 중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하거나 급여 유지 필요성이 낮은 약제들을 2020년부터 재평가하고 있는데, 올해 SK케미칼(285130)의 ‘조인스정’과 동아에스티(170900)의 ‘스티렌정’은 천연물 의약품 중 급여 적정성 재평가 첫 대상이 됐다.
스티렌과 조인스는 2000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에 따라 ‘천연물 신약’으로 허가를 받아 2002년 급여 등재돼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어 왔다. 조인스는 지난해 기준 500억 원, 스티렌 제품군은 연간 2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각 제약사의 핵심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같은 심사 조건이 천연물 의약품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방의학 등 동양의학에서 쓰이는 천연물을 활용해 개발된 의약품이기 때문에 서양 의료계에서의 연구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천연물 의약품은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개발·사용돼 온 의약품인데, 이를 두고 서양권 국가의 문헌이나 자료에서 임상적 유용성 근거를 요구하는 건 모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에서 개발된 천연물 의약품은 심평원이 인정하는 주요 서양권 교과서나 가이드라인에 포함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합성의약품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급여 적정성 재평가를 진행한다면, 환자의 치료 접근성 저하는 물론 국내 천연물 의약품 산업 전반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은 “국내 개발 신약이라 하더라도 선별급여 체계 하에서 임상적 유용성이 없는 약제에 대해 급여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급여 재평가는 2020년부터 매년 청구현황, 제외국 급여 현황, 정책적·사회적 이슈 등 평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하고 평가하고 있다”고 답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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