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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실수로 예멘 공습 계획 기자에게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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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미 해군 드와이트D 아이젠하워 항공모함에서 전투기가 이륙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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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미군의 예멘 후티(Houthi) 반군 폭격 계획과 관련 사용될 무기와 표적, 시기 등 핵심 공습 정보를 미 매체 애틀랜틱 기자에게 공격 두 시간 전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매체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24일 메시지 앱인 시그널(Signal)에서 자신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사용하는 단체 채팅방에 우연히 초대됐고 그 안에서 후티 공습 계획이 사전에 공유됐다고 밝혔다. 이 채팅방에는 J D 밴스 부통령,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 등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 안보 고위 인사 다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그널은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상업용 메시지 앱이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자신이 지난 11일 왈츠 국가안보보좌관과 시그널을 통해 연락을 나눈 뒤 이틀이 지난 13일 시그널의 한 단체 채팅방(Houthi PC small group)에 초대됐고, 그 안에서 예멘 내 후티 무장세력에 대한 공습 계획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실제 미군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은 지난 15일 시작됐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단체 채팅방에 기자가 들어와 있던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언론에 “처음에는 이 단체 채팅방이 진짜라고 믿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국가 안보 수뇌부가 전쟁 직전 계획을 시그널 앱으로 논의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렇게 무모하게 나를 행정부 고위 인사들과의 논의에 포함시킬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체 채팅방에서 헤그세스가 “예멘에서 첫 폭발이 두 시간 뒤인 (15일) 오후 1시 45분에 감지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긴 뒤, 실제 그 시각 예멘에서 미군의 공습이 이루어진 점을 확인한 뒤 골드버그 편집장은 자신이 받은 문자 메시지가 진짜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또 이 채팅방에서 밴스 부통령이 “나는 우리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우리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가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관련 문자 메시지가 진짜라고 시인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브라이언 휴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 단체 채팅방은 진짜인 것으로 보이며, 잘못된 번호가 어떻게 추가되었는지 검토 중”이라면서도 “이 단체 채팅방은 고위 인사들 간의 깊고 신중한 정책 조율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후티 작전의 지속적인 성공은 병력이나 국가 안보에 위협이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취재진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나는 그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애틀랜틱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망해가는 잡지”라며 “공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관련 “아마추어들의 시간”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최고 기밀 정보를 파티 초대장 보내듯 문자로 보내며 가지고 놀고 있다” “군사 기밀 정보는 보안이 되지 않는 상업용 채널로 전송돼서는 안된다.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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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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