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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매출보다 투자가 더 많은 中 반도체…삼성·SK 못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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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중국 '구형 반도체'의 역습①

[편집자주] 한국·대만·미국·일본이 첨단 공정에서 경쟁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글로벌 구형(범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매출보다 많은 투자로 시장을 잠식 중이다.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철강·배터리·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점유율을 높여온 전략을 반도체에서도 쓰고 있다. 위기를 직감한 미국은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추가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반도체 기업,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그래픽=김지영


중국 반도체 기업이 중국 정부의 '비시장적 지원'을 바탕으로 매출보다 많은 돈을 설비투자에 쓰고 있다. 아직 첨단 기술까지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범용 반도체(28nm 이상의 공정에서 생산된 칩 등) 중심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추격 중이다. 미국도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다.

24일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가 지난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중국의 순수 파운드리 업체의 누적 매출 대비 설비투자(CAPEX) 비율은 112%로 전세계 평균인 33%의 4배에 육박한다. 연간 매출보다 설비투자에 더 많은 돈을 썼다는 의미다.

의견서에서 특정 업체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119%에 이르는 중국 반도체 기업도 있다고 했다. 업계는 이 업체를 파운드리 기업인 SMIC로 본다. 2023년 SMIC의 설비투자비용은 74억7000만달러로 매출(63억2000만달러)보다 약 18%(11억5000만달러) 많다. SMIC는 최근 3년(2022~2024년)간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98.1%에 달한다. 사실상 번 돈을 모두 설비투자에 쓴 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매출 대비 설비투자 비율은 41.7%, 27.1%이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시장의 법칙을 무시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것은 중국 정부 덕분이다. 정부를 등에 업고 설비투자는 물론 기술을 가진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SIA는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은 미국과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장기적인 위협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를 미래 핵심 분야로 보고 △보조금 △자금조달 우대 △중국산 부품 우선 사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흥을 꾀한다. 중국 정부는 '국가 IC(직접회로) 펀드'도 조성했다. SIA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중국 정부의 지원이 1000억달러(146조8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

결과는 중국 반도체 기업의 가파른 성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파운드리에서 대만 TSMC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SMIC는 꾸준히 영토를 넓히고 있다. 2022년 1분기 글로벌 점유율에서 삼성전자(16.3%)와 SMIC(5.9%)의 점유율은 10%포인트(P) 이상 차이가 났지만 지난 4분기 격차는 2.6%P로 좁혀졌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메모리 반도체 부분에서 중국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올해 10%(지난해 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웨이퍼 생산 능력만 고려하면 CXMT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D램 생산량의 약 10%에 해당하는 물량을 생산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이 첨단 공정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낮은 범용 반도체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범용 반도체는 성능보다는 차량, 방산, 통신, 의료 장비 등 특화된 분야에서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2023년 기준 전체 반도체 출하량에서 범용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88%(매출 기준 40%)에 이른다. 미국 정부가 최근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별도의 추가 관세를 검토하는 이유 중 하나다.

SIA는 의견서에서 "중국은 철강,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디스플레이 패널 등 다른 사업 분야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했다"며 "특정 지역에 생산이 과도하게 쏠리면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지고, △과잉 생산 △가격 덤핑 △시장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대부분 한국 기업이 주도권을 중국 기업에 내줬거나 위협받고 있는 산업 분야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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