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보이네
운의 경영학
오토파일럿
[사진=한길사] |
사월에 부는 바람=현기영 지음. 한길사.
“너는 왜 맞을 짓을 하냐.”
저자는 오랜 시간 제주도의 아픈 역사를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45년 전 유신 말기, <순이 삼촌>으로 혹독한 고문을 받았을 때 고교 동창생이 비아냥조로 “너는 왜 맞을 짓을 하냐”는 말한 것을, 그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저자는 이사간 덕분에 ‘제주 4·3’의 참사를 면할 수 있었지만, 우연히 살아남은 자로서 죽은 소꿉친구 등 당시 사망한 아이들의 무게를 짊어지기로 다짐했다.
“그 소년이 바로 나였다. 죽은 자들을 위해 증언한다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의무였다. 죽음의 4·3에서 어린 나이에 살아남은 나는 세상을 그 소년의 시선으로 응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96쪽)
[사진=리더스북] |
저자는 무일푼 창업자에서 글로벌 초거대 기업의 경영자가 된 일본의 전설적인 기업가다. 그는 마작에 빠진 무일푼에서 창업에 뛰어들어 매출 19조원 유통 기업 ‘돈키호테’ 제국을 건설했다. 1989년 ‘돈키호테 1호점’을 연 그는 오감을 총동원해 궁리한 사업 아이디어와 조직의 운을 철저히 통제하는 경영 전략을 통해 경기침체, 리먼 사태, 코로나19 등 격변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이 책은 개인과 조직의 운을 대하는 통찰, 행운을 키우고 불운은 낮추는 삶의 공식, 운을 상승시키는 조건 등을 밀도 있게 다룬다. 저자는 운을 총 3가지로 나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성공을 좌우하는 ‘개별 운’, 조직의 역량을 끌어당기는 ‘조직 운’, 마지막으로 개별 운과 조직 운 모두를 망라한 ‘종합 운’이다. 유독 재수가 나쁘다거나 하는 사업마다 실패한다면, 저자가 알려주는 운의 활용법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운의 영향력은 개인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특히 회사의 집단 운은 그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좌우한다. 집단 운을 키우면 모든 구성원이 스스로 열정적으로 돌진하는 최강 군단을 만들 수 있다. (중략) 운은 결코 숙명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운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지만 사람들은 운을 직접 탐구하거나 진지하게 거론하지 않는다.” (11쪽)
[사진=다산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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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김창완 지음. 다산북스.
저자의 첫 산문집이 30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개정증보판에는 새 글 8편과 저자가 직접 그린 그림 20점을 더했다. 새로 쓰인 5편의 산문과 3편의 시, 직접 그린 작품은 저자의 삶의 태도와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어설픈 조언이나 뻔한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대신 “이제야 보이네” 하며 삶을 다시 발견하는 말처럼, 흘러간 세월의 모든 아름다움을 다시 발견하게 하는 응원이 담겨 있다. 독자는 삶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소중한 기억과 감정을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 추가된 글에서, 가수로 데뷔한 후 48년 동안 ‘노래를 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자신의 노래가 들린다’는 고백 등 그의 내밀한 목소리는 무한한 기적 같은 순간이 있음을 일깨운다.
사진=아침달 |
오토파일럿=박술 지음. 아침달.
저자는 첫 시집을 통해 시 40편을 내놓았다. 그동안 번역과 철학에 몰입했던 그는 시를 통해 언어의 한계를 깨부순다.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독일로 떠난 시인은 이중언어자의 삶과 혼란을 복잡한 형상으로 담아냈다. 그는 언어가 고정되지 않고 대기에 자유롭게 부유하는 성질을 담아 독특한 언어적 실험을 담은 시편을 전개한다. 시집의 1부에는 시인이 지금까지 써온 시들과 여러 국가의 언어로 혼합된 39편의 시들이 배치됐다. 2부에는 밀도 높은 철학적 사유를 자동기술법 글쓰기로 다룬 장시 ‘망치의 방’ 한 편이 담겼다. 또한 시인이 시를 쓰면서 느꼈던 감각과 고민을 개인의 삶에 비추어 솔직하게 담은 산문 ‘무중력의 글쓰기’가 함께 담겼다
나는 숨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이 지나가는 통로가 마침 여기 있을 뿐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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