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금)

원본 없이 사본으로 제출한 녹음파일…증거로 사용 못할까[서초카페]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녹음파일' 증거능력 두고 하급심 판단 엇갈려…1심 실형→2심 무죄
대법 "녹음파일, 편집·조작됐다고 볼 수 없어" 파기환송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녹음파일의 원본이 없다는 이유로 사본의 증거능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관련자 진술, 감정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원본과의 동일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와 B씨는 2018년 5월 주식매매대금의 20%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주면, 자신들이 보유한 주식을 액면가인 500원에 양도하겠다고 속여 총 2억7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의 쟁점은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피해자는 휴대전화로 피고인들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뒤 이를 CD에 복사해 제출했는데, 휴대전화에 저장된 원본 파일은 삭제된 상태였다.

1심은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 B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대화 내용, 피해자가 마련한 현금을 촬영한 사진, 피해자의 계좌거래내역 등은 피해자의 진술에 들어맞아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있다"며 "피고인들은 녹음파일에 담긴 대화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하지만, 증인과 음성분석 감정서에 의하면 녹음파일의 대화자는 피고인들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반면 2심은 "원본파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고, 녹음파일이 인위적 개작 없이 원본의 내용 그대로 복사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으므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피고인들이 알리바이가 있고,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 등도 근거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은 원본파일이 현존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을 들어 원본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고, 녹취록의 증거능력을 부정함으로써 그 내용을 심리하지 않았다"며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인(私人)이 복사한 사본을 증거로 제출한 경우, 원본과 사본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때에는 녹음파일에 관여한 사람의 증언이나 진술, 녹음파일에 대한 검증·감정 결과, 수사 및 공판 심리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사본의 원본 동일성 증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복원한 파일과 사본의 해시값이 동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해시값은 전자정보의 고유 식별값으로 '디지털 지문'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법원은 "기록을 살펴보면 피해자의 의도나 특정한 기술에 따라 녹음이나 복사 과정에서 녹음파일의 내용이 편집·조작됐다고 의심할 만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