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4 (월)

호가 깎는 집주인 vs 기다리는 매수인…토허제 '눈치 싸움'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지정' 송파구 가보니…
업계, 6개월 뒤에도 재지정 예상
정부는 서울 집값 추가 상승 전망

20일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단지 내 상가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린 안내판/사진=홍재영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 부활을 4일 앞둔 잠실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일부 집주인들은 가격을 낮춰서라도 거래를 성사시키려 하지만, 매수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급매가 쏟아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제한된 시간 내 거래를 완료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 인근 3696가구 규모 대단지 '트리지움'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들은 평소보다 분주한 모습이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단속을 피해 문을 닫아놨었지만, 지금은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 늘었다. 한 공인중개사는 "호가를 5000만원 정도 낮춘 매물이 간간이 나오지만, 매도자들도 크게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라며 "반면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는 기대감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했다.

서울시는 "6개월 뒤 연장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재지정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들은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를 하고, 매도자들은 더 묶일 거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결국 이 눈치 싸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시행될 때마다 출렁였지만, 토허제는 단기간 내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다만 이번 재지정으로 인해 거래가 급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도 이를 토대로 한 근거들을 보면 서울 집값은 연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7개월 새 금리가 0.75%포인트 내렸고, 통화량이 늘어 시중에 '돈'이 많아졌다. 즉, 집을 살 수 있는 '잠재수요'가 늘었다. 반면, 주택공급 여건은 악화하고 있다. '공급절벽' 현실화돼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19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차례 인하(3.50%→2.75%)했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조달금리도 3% 이하로 하락하면서, 부동산 구매 부담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매수세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올해 1월 감소했던 가계대출이 2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 광의통화량(M2) 증가율도 지난 1월 기준 7.1%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서울의 주요 지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한 통계만 봐도 서울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인정한 셈"이라며 "이 같은 요인들이 지속되는 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