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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탁의 절세통통(㪌通)]용도변경 거래 시 계약일로도 1주택 여부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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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주택 비과세 제한 사라져

시행령도 법률 못지않게 중요

동아일보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기획재정부는 매년 7월 다음 해에 적용할 세법 개정안을 발표한다. 대다수 납세자는 세법 개정안을 언론 보도나 유튜브로 확인한다. 일부는 기재부의 발표 자료를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관심은 대개 법률 개정에만 집중되기 마련이다. 법률이 시행령, 시행규칙보다 더 영향력이 크고 광범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납세자에게 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개정된 세법에 따라 올해 2월 개정된 세법 시행령에도 중요한 변경 사항이 꽤 있었다. 부동산 시장 및 거래와 밀접한 내용은 2가지였다.

첫째, 주택 외 용도로 변경한 뒤 양도하는 건물의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이 달라졌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시 1주택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시점은 주택 양도일이 원칙이다. 양도일은 잔금일이나 소유권 이전 등기일 중 빠른 날짜다.

22022년 10월 21일 전에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특약에 따라 주택 용도 거래 시 매매 계약일도 기준 시점으로 인정했다. 매수자 입장에선 주택을 주택 외 용도로 변경하면 대출을 받는 데 유리하고, 매도자는 주택으로 양도해야 1주택 비과세를 받을 수 있어 용도 변경 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에게 이득이었다. 하지만 2022년 10월 21일부터 과세당국이 이런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용도 변경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 그런데 올해 시행령 개정으로 2월 28일부터 과거처럼 특약에 따른 매매 계약일도 기준 시점으로 다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주요 상권 지역 내 오래된 단독주택 위주로 용도 변경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2023년 기준 전국 단독주택 386만 채 중 45만 채가 상가 주택이라 개정 시행령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는 주택임대사업자의 거주 주택 양도세 비과세 규정이다.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는 주택의 양도세 비과세 혜택 횟수는 2019년 2월 12일 시행령 개정으로 1회로 제한됐다. 이후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선 거주 주택을 한 번 매각하면 양도세 부담 때문에 새로 거주 주택을 구입하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 개정으로 올해 2월 28일 이후부터 횟수 제한 없이 임대사업자들이 거주 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번 개정으로 임대사업자의 거주 주택 매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매수 수요는 서울 강남, 서초 등 선호 지역으로 몰릴 것으로 보인다. 우려스러운 건 주택 시장 양극화를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시행령 개정이 그 내용에 따라 법률 개정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납세자 국민들에게 법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특정 시행령 개정을 확인하고 그 영향을 따져보는 것도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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