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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총리 'EU 초석' 벤토테네 선언 비판…야당 "모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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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멜로니 총리
(로마 EPA=연합뉴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9일(현지시간) 로마에 있는 하원의사당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03.19 photo@yna.co.kr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유럽연합(EU) 출범의 기틀을 마련한 벤토테네 선언을 비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EU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하원 연설에서 이 선언과 관련 "이것이 당신의 유럽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나의 유럽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 선언이 자신의 유럽 비전과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선언문에 담긴 사회주의적 요소와 사유재산 폐지 등을 거론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멜로니 총리가 파시즘을 옹호한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여야의 고성이 오가며 이날 하원 본회의는 두 차례나 정회되는 등 파행을 빚었다. 멜로니 총리는 관례에 따라 대통령궁에서 점심을 마친 뒤 아무런 언급 없이 벨기에 브뤼셀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멜로니 총리가 떠난 후 본회의가 재개된 뒤에도 분위기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야당은 멜로니 총리가 EU의 통합 정신을 훼손하고, 반파시즘 전통을 부정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멜로니 총리가 국가 주권을 강조하고 더 독립적인 유럽 정책을 추진할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맞섰다.

제1야당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 제2야당 오성운동(M5S)의 주세페 콘테 대표 등은 멜로니 총리의 발언에 대해 "유럽의 역사적 기억을 모욕한 행위"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다른 야당인 녹색좌파연합(AVS), +에우로파 등도 동참했다. 아든크로노스 통신은 멜로니 총리의 발언이 그동안 분열 양상이던 야권을 모처럼 똘똘 뭉치게 했다고 평가했다.

벤토테네 선언은 1941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에 맞서다 유배된 알티에로 스피넬리와 에르네스토 로시가 유럽 통합을 촉구하며 작성한 문서다. 유배지인 이탈리아 나폴리 인근의 섬 벤토테네의 이름을 땄다.

이 선언은 유럽을 전쟁으로 몰아넣은 국가주의에 맞서기 위한 유럽 공동체 창설을 촉구한 문건으로 유럽 통합의 기초로 평가받는다. 또한 반파시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무역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접근 방식을 놓고 미국이 대서양 동맹인 유럽과 정면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멜로니 총리는 그동안 유럽보다는 미국의 편에 선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부분 휴전에 합의한 것에 대해 "희망의 첫 조짐"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18일 상원 연설에선 프랑스·영국이 추진 중인 유럽 평화유지군의 전후 우크라이나 주둔 계획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고, EU의 대미 보복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서도 미국과 무역 갈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을 촉구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유럽 정상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할 정도로 트럼프와 친분이 각별하다. 이런 트럼프 인맥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간의 가교 역할을 자임해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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