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Weekly Biz 밑줄 쫙] 美, 유럽서 안보 역할 축소 움직임에 라인메탈 역대 최고 실적
호주 차기 장갑차 사업에서 한화디펜스 레드백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독일 라인메탈사의 KF41 '링스' 보병전투장갑차./독일 라인메탈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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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유럽 군비 증강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대를 맞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큰형님’으로 회원국 방위를 책임져주던 미국이 트럼프 정부 들어 각자도생을 요구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유럽 각국이 국방력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군비는 방위 산업 업체엔 호재다. 이를 증명하듯 독일 최대 방산 업체로 독일군 주력 전차 레오파르트, 장갑차 링스(Lynx) 등을 만드는 라인메탈의 실적과 주가는 날아오르고 있다. 라인메탈은 특히 전차나 탄약, 로켓, 전투기 동체를 주로 생산한다. 새로운 군비 확장 시대에 라인메탈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WEEKLY BIZ가 지난 12일 실적 발표회 자료와 이날 녹취록을 바탕으로 유럽 방산 시장의 현재를 진단해 봤다.
그래픽=김의균 |
◇역대 최고 실적 기록했다
현재 라인메탈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1889년 창사한 라인메탈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21년 56억5800만유로(약 9조원)였던 매출이 지난해 97억5100만유로로 72% 뛰었다. 아르민 파페르거 라인메탈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해 라인메탈은 예상 목표 매출액 100억유로에 사실상 근접했다”며 “원래 2억5000만유로의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었으나 배송(선적) 지연으로 매출에 포함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성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뮌헨안보회의서 만난 밴스와 젤렌스키 - 지난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고위 대표 양자 회담에서 J D 밴스(오른쪽에서 둘째) 미국 부통령의 발언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에서 둘째)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전쟁 종전협상을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온 유럽 국가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배제하려 하는 등 최근 미국과 유럽 관계가 경색되고 있다.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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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르거 CEO는 이 같은 변화를 ‘시대전환(Zeitenwende) 2.0’이라고 불렀다. 그는 밴스 부통령의 ‘훈계’를 언급하며 “유럽은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우리는 시대전환 2.0을 준비해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파페르거는 “뮌헨안보회의를 통해 개인적으로 42명의 총리 및 장관과 회의를 가졌고, 그들은 유럽이 투자할 의향이 있으며 훨씬 더 많이 투자하겠다는 매우 명확한 그림을 우리에게 줬다”고 설명했다.
라인메탈은 향후 6년 동안(2025~2030년) 기대 매출이 3000억유로에서 많게는 4000억유로에 이른다고 전망했다. 현재 수준의 시장 점유율(20~25%)을 바탕으로 한 계산이다. 파페르거는 “이 정도 전망치도 (유럽 각국이)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으로 지출한다고 (보수적으로) 잡았을 때의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부채 브레이크’가 풀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호재였다
라인메탈이 향후 호실적을 낙관하는 이유는 이미 확보해 둔 매출이 많기 때문이다. 납품 비용 정산을 마지막에 하는 경우가 많은 방산·조선·건설 등의 산업에선 수주 잔액으로 향후 매출을 점치고, 이를 중요한 지표로 여긴다. 그런데 라인메탈의 수주 잔액은 계속 느는 추세다. 지난해 수주 잔액만 해도 549억7300만유로로 전년(382억9000만유로)보다 44% 늘었다. 최종 납품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순 있겠지만 어쨌든 들어올 돈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라인메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에서 방공 시스템, 전투 차량, 탄약 생산 공장 등으로 올린 매출만 20억유로에 달한다. 향후 몇 년 동안 연 매출의 13%대를 우크라이나에서 올릴 전망이다.
◇”7번 아이언을 드라이버로 고쳐 잡을 때”
라인메탈의 과제는 설비 확충이다. 늘어나는 주문 속에 공장과 인력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파페르거는 실적 발표회 직후 인터뷰에서 폴크스바겐의 공장 매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침체와 전기차의 도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폴크스바겐의 공장을 라인메탈이 사들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파페르거는 실적 발표회에서도 “앞으로 몇 년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3년 전에 했던 일보다 훨씬 더 많고 커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설비 확충을 통해) 그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골프로 비유하자면 7번 아이언에서 드라이버로 고쳐 들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또 “(주문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판매가 지연되는) 병목 현상은 없을 것이다. 오븐을 늘리면 더 많은 빵을 만들듯이 투자만 더 하면 생산 용량을 늘릴 수 있다.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돈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공장을 위한 부지 확보나 자재 확보에서도 이미 대비가 돼 있다고 확신하며, 현재 고용 인원 3만2000명을 향후 2년 내에 4만명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독일 최대의 방위산업체. 1889년 4월 창업해 1·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다. 전차나 장갑차에 실리는 포(砲) 생산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유명해 미국·일본 등에서도 라인메탈의 전차포를 쓴다. 포뿐만 아니라 전차·장갑차·전투기 동체 등도 만들며, 독일군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도 라인메탈이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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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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