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 압수수색을 피해 숨겨둔 차량의 위치와 휴대전화의 행방이 확인됐다. 지난해 검찰은 두 차례 압수수색을 통해 김 전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는데, 이때 압수하지 못한 증거 물품들이다.
뉴스타파가 검찰 수사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전 의원의 차량과 휴대전화를 숨긴 사람은 지인 박모 씨였다. 박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결정적인 것은 다 내가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경남 창원시로 내려가 박 씨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김영선이 소유한 체어맨 차량을 찾았다.
앞서 뉴스타파는 검찰이 지난해 10월, CCTV 동선을 분석해서 명태균 씨가 숨긴 휴대전화 이른바 '황금폰' 위치를 찾아 놓고도 뒷북 압수수색을 해서 놓쳤다고 보도했다. 검찰이 명 씨의 처남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장롱 속에 황금폰이 담긴 녹색 상자가 있었지만 이를 발견하지 못한 사실도 뉴스타파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관련 기사 : ‘명태균 황금폰’ 놓친 검찰, 부실 압수수색 정황)
김 전 의원이 숨긴 차량과 휴대전화 위치가 발견됨에 따라, 검찰의 부실 압수수색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건희 여사와 연락한 휴대전화 놓친 검찰
검찰 수사보고서에는 김건희 여사와 김영선 전 의원이 수시로 연락한 사실이 적혀 있다.
결국 김 전 의원 혹은 김건희 여사의 휴대전화 자체를 압수해야만 대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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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이때 압수한 휴대전화는 두 대다. 갤럭시Z플립(2024.6.29~9.30 사용)과 아이폰13(2024.9.18~9.30 사용)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크게 의미 있는 메시지나 통화 기록이 없었다.
체어맨은 원래 명태균 씨의 장인이 몰던 차였는데 미래한국연구소가 법인차로 구매한 뒤, 2022년 8월 김영선 의원에게 소유권을 넘겼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체어맨이 수시로 등장한다. 명태균 씨가 바로 이 체어맨을 타고 코바나컨텐츠를 수시로 드나들었기 때문이다.
○검사 : 진술인은 명태균과 함께 미래한국연구소 법인 차량(체어맨)을 운전하여 서울 서초동에 있는 아크로비스타로 가 함성득 교수를 만났고, 이후 아크로비스타 상가 건물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로 이동하여 김건희 영부인을 만났다고 하였는데 사실인가요?또 김영선 의원이 비서관을 통해 미래한국연구소에 4,250만 원을 전달한 장소도 바로 이 체어맨 차량 내부였다.
●수행비서 : 예, 사실입니다. 당시 2021년 9월경 제가 아크로비스타 주차장에 주차한 체어맨에서 대기하였는데, 명태균이 전화로 연락하여 제가 아크로비스타 상가내 베스킨라빈스에 가게 되었고, 당시 함성득, 명태균, 제가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 김영선 수행비서A 참고인 진술조서(2024.10.30.)
●김영선 보좌진 : 김영선이 저에게 전화로 말했는지 직접 말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OOO(수행비서 B)에게 돈가방을 줄 건데, 내가 직접 준 걸 알게 되면 나한테 돈이 있다고 명태균이 뭐라고 하니 당신이 돈을 빌려준 것으로 하고 강혜경에게 전달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잠시 뒤 OOO(수행비서 B)가 저에게 전화해서 '의원님이 전달하라는 게 있는데 어떻게 합니까'라고 하였고, 저는 OOO(수행비서 B)와 김영선의 창원시 의창구 주거지 앞 주차장에 주차된 체어맨 승용차 안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친구 집 주차장에서 발견된 8892 체어맨
- 김영선 보좌진 참고인 진술조서(2024.10.30.)
체어맨은 검찰로서는 꼭 확보해야 하는 증거였다. 뉴스타파는 다각적인 현장 취재 끝에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체어맨과 휴대전화를 오랜 친구인 박 모 씨에게 맡겨둔 사실을 파악했다.
박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체어맨을 자신이 숨겼다고 인정하면서, 차량 번호는 “8892가 맞다"고 말했다. 통화 후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박 씨의 집을 수소문해서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 뉴스타파와는 대화를 하기 싫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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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는 뉴스타파 통화에서 “나한테 (김영선) 폰 3개 있다. 유심칩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압수하지 않은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건 알아서 판단하고”라며 즉답을 피하면서도“결정적인 것은 (내가) 다 갖고 있다. 김영선 핸드폰 3개, 김영선이 타던 차, (동)영상 내가 다 가지고 있다. 꼭꼭 숨겨놨다”고 주장했다. 어떤 내용의 동영상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박 씨는 이어 “(나한테) 새로운 것도 많이 있다. 우리는 조용히 대포 쏠 때, 대포를 쏠 것”이라며 휴대전화 내용과 동영상을 조만간 공개할 뜻을 밝혔다. 체어맨 차량이 실제로 박 씨의 자택 주차장에서 발견됨에 따라, 그의 주장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던 걸까.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에는 박 씨가 등장하는 수사보고서가 존재한다. 사건 초기, 김영선 전 의원은 박 씨에게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확인서를 써서 검찰에 내달라고 부탁했고, 검찰은 이를 수사보고서로 정리했다.
김 전 의원과 박 씨가 매우 가까운 사이란 사실을 검찰도 알 수 있었던 대목이다. 검찰은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적인 압수수색에 나설 필요가 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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