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능 위주 승진·인력 배치 경향 대비
韓 연공서열·학연·지연 따져 자원배분 효율성↓
고정한 잣대 기반 능력 중심 평가해야
고용 유연화·임금 체계 재정비 필요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19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를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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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9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를 주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노동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선 연공서열 관행을 버리고 재능 중심으로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1인당 노동 생산성 59, 시간당 노동 생산성 56 수준에 머물렀다. OECD 평균(각각 70, 76)보다 낮다. 미국의 노동 생산성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결과다. 장 위원은 "미국에선 재능 위주로 승진 및 인력 배치가 이뤄지므로, 일 잘하는 사람은 캐셔 등 대면 직원으로 시작했어도 금방 승진해 매니저가 돼 (고객)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며 "말단 직원이 실수하는 건 지엽적이나 고위층의 잘못은 회사 명운을 흔들기 때문에 조직 운영 차원에서 각자의 재능을 얼마나 잘 솎아내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각자의 능력과 그에 따른 성과에 대한 평가는 공정하게 이뤄진다는 담보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재능보다 연공서열, 학연, 지연, 혈연, 순환보직제 등을 따지는 경우가 많아 노동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장 위원은 "한국 연공서열제의 폐해는 나이 어린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며 "동기가 승진하면 옷을 벗는 관행은 인재의 연륜과 경험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연, 혈연, 지연이 만연한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 설비(자본과 노동)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발생한 손실이 미국 대비 각각 50%, 60%란 연구 결과가 있다"며 "자본과 노동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기만 해도 국내총생산(GDP)을 두 배 수준으로 올릴 수 있다는 얘기고, 이는 한국에도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체 노동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고용 보호 역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도한 고용 보호는 고용 창출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대학에 있을 때 보면, 연구 업적이 안 나오면 가혹하게 내보내는데 강의를 잘하면 강의 전담 교원을 제안하기도 한다"며 "5년 계약을 제안하면 3년 차에 재계약 여부를 공지하는데, 고용 기간이 2년 계약직에 비해 길고, 연속성 역시 예상 가능한 이런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비정규직 3~5년 단위 고용, 중간에 재고용 여부 확인 등을 통해 보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년 연장 역시 고용 유연화와 임금 체계 재정비를 전제한 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현재 체제에서 정년 연장만 이뤄지면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원으로서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관련해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등의 집값 움직임 등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금리 인하 실기론 얘기도 결국은 지난해 8월 당시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이 뛰는 게 문제였다"며 "한 번 고삐가 풀리면 또다시 '부동산 불패' 이야기가 힘을 얻을 텐데 이걸 깨자는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가계부채 증가는 한은 입장에선 유의해 지켜보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등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주춤하면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든 금통위 움직임도 보다 유연할 수는 있다고 봤다. 다만 장 위원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여전히 크기 때문에 미국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하고, 이외 다른 요인 역시 변수"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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