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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0 (목)

구글, 5천분의 1 ‘고정밀 지도’ 반출 재요청…한‧미 통상 갈등 ‘새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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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구글 스토어 첼시에 구글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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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우리나라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9년 만에 다시 낸 가운데, 이 문제가 한미 간 통상 이슈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글은 지난달 18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5천분의 1 축척 지도를 국외에 있는 자사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구글은 지난 2007년과 2016년에도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구했지만, 그동안 정부는 안보 위험을 가중할 우려가 있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구글이 자체 개발한 위성 지도 서비스에 보안시설 정보 등이 담긴 국내 정밀지도를 결합할 경우 군 부대 위치 등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4년 1월부터 축척 2만5천분의 1 영문판 전자지도의 국외 반출은 허용하고 있다. 이보다 정밀한 지도는 원칙적으로 반출을 허용하지 않되, 요청이 있을 경우 8개 부처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허가 여부를 논의한다.



2016년 정부는 구글이 제공하는 위성지도에서 국내 보안시설 등을 가림(블러) 처리하는 조건으로 5000분의 1 정밀지도 반출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글이 서비스 품질 저하를 이유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정부는 반출 불가를 결정했다.



구글은 9년 전과 마찬가지로 5000분의 1 지도 반출을 요청하면서 이전보다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보안시설을 블러 처리하고, 정부와 소통할 임원급 담당자를 지정하는 것은 물론 직통전화를 개설하겠다는 약속을 내걸었다. 그 대신 가림 처리를 위해 보안시설의 좌푯값 제공을 요구한 상태다.



한겨레

업계의 반발도 정부를 고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지도앱 서비스 사업자들은 구글이 외국인 관광객 편의 등을 내세워 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란 입장이다. 현재 구글이 접근할 수 있는 2만5000분의 1 지도로도 비투시(B2C) 서비스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업계에선 구글이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의 국내 사업 등을 염두에 두고 고정밀 지도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이전에 지도 반출을 요구한) 2016년에 비해 자율주행, 스마트 시티, 디지털 트윈 등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산업이 본격화하면서 그 가치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4일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에 이 문제를 정식 상정하고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늦어도 오는 8월8일까지 최종 결론을 내야 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해 발간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으로 한국 밖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업체들이 경쟁에서 불리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비관세 장벽을 고려한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 과정에서 구글의 지도 반출 문제가 통상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볼 때 우리 정부가 수세적으로 대응한다고 해결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무엇을 내주고 얻을 것인지를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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