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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명령에도 이민자 추방 강행 논란···트럼프 측 “판사 생각, 신경 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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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법원 명령 무시에 판사 배제 요청도

법정에선 ‘모르쇠’ 일관, 공개적으론 ‘판사 때리기’

“의회·법원과 충돌 강도 높아져…헌정 위기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워싱턴DC 케네디 센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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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법원의 제동 명령에도 베네수엘라 국적자 강제 추방을 강행한 일을 두고 ‘헌정 위기’를 심화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권 2기 들어 헌법마저 무시하는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와 정면충돌하기 시작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17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제임스 보스버그 판사는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에도 트럼프 정부가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강행한 사건에 관해 심리를 열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14일 227년 전 만든 ‘적성국 국민법’ 권한을 발동해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 200여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당시 보스버그 판사는 전시 상황에만 발동할 수 있는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압송은 강행됐다.

당시 추방자를 태운 비행기 중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이 내려지기 전에 엘살바도르에 도착한 것은 한 대도 없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보스버그 판사 명령은 구두로는 지난 15일 오후 6시48분, 서면으로는 7시26분 내려졌다. NYT는 비행 기록 검토 결과 추방자를 태운 비행기 세 대는 같은 날 오후 5시26분부터 출발해 16일 오전 12시10분부터 차례대로 엘살바도르에 도착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이날 심리에서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을 어겼는지 따져보기 위해 항공편 타임라인 등을 밝혀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를 대표하는 법무부 측은 안보상 이유로 세부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비행기가 미국 영공을 벗어난 상황이었던 데다, 구두로 내려진 법원 명령은 효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며 정부는 법원 명령을 어긴 것이라 아니라고 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법원 명령의 효력을 구두와 서면으로 나눠야 한다는 법무부 측 주장에 대해 “엄청난 억지”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이어 18일 정오까지 연방 정부에 추방령 일시 정지 명령이 발효된 정확한 시간 등 세부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16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의 테러범 수용 센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추방한 베네수엘라 갱단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들이 수감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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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법원 명령을 어긴 게 아니라는 뜻을 강조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두 명령이 서면 명령 등과 같은 효력을 갖는지 의문”이라면서 “우리 측 변호사들은 법원에서 이를 묻고 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가 법원에서 이 사안에 대해 승리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연방 항소법원에 서한을 보내 보스버그 판사를 사건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나아가 트럼프 정부 측 인사들은 법원을 공격하는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중이다. 톰 호먼 백악관 국경 담당 차르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판사들이나 좌파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보스버그 판사가 한 일은 대통령 권한에 대한 침해”(팸 본디 법무부 장관) “지법 판사는 행정부의 국가 안보 작전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담당 부비서실장) 등 주장도 이어졌다.

미 언론은 이번 사건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행정명령을 견제하려는 사법부와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하는 정부 사이 벌어진 일련의 사건 중 가장 심각한 갈등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연방 법원은 대규모 퇴직 프로그램 시행과 연방정부 구조조정 등 트럼프 정부가 밀어붙인 개혁 작업에 줄줄이 제동을 걸었는데, 그때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권한 없는 부패한 판사” 등을 주장하며 사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의회와 법원 권한에 도전하는 속도 및 강도는 최근 며칠 동안 더욱 높아졌다”며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정부와 의회·법원 간 불길한 대립의 가장 최신 사례이며 트럼프 집권 2기 동안 미국의 견제와 균형 시스템은 가장 큰 시험대를 마주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 그 결과는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美 베네수엘라인 추방, 적법 절차 안 지켜”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80744001



☞ “이미 비행기 떴는데?” 트럼프 행정부, 법원 집행정지 명령에도 이민자 압송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170911011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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