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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2 (토)

성장도 투자도 꺾인다 ‘K컬처 피크’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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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관이 비어가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자 CJ CGV는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K콘텐트의 원천 역할을 한 웹툰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웹툰 시장 부진은 K컬처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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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의 성장 기반이 흔들린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가 열광하는 한국 영화와 웹툰, 대중음악 분야의 성장세가 멈췄고 일부에선 후퇴하는 모양새다. 질 높은 문화 상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큰 위험 신호 중 하나는 K콘텐트의 주요 원천 역할을 하는 웹툰 시장의 축소다. 17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등록된 웹툰 작품 수는 총 1만8792개로, 전년(2만141개) 대비 6.7% 감소했다. 국내 34개 플랫폼에서 연재 정보가 확인된 작품을 집계한 결과다. 신작 수 감소 폭은 더 크다. 지난해 등록된 웹툰 신작 수는 1만4723개로 집계됐다. 1년 전(1만7245개) 보다 14.6% 줄었다.

국내 영화관이 비어가고 있다.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자 CJ CGV는 4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K콘텐트의 원천 역할을 한 웹툰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웹툰 시장 부진은 K컬처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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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상황에서 반사 이익을 얻으며 2023년까지 호조를 보였던 웹툰 산업은 소비 부진 등의 여파로 성장세가 꺾인 모양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웹툰 시장이 전체적으로 위축됐다는 것을 통계적으로도 확인했다”며 “올해도 일부 플랫폼 종료 등의 여파로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기 웹툰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으로 재가공되며 K콘텐트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해왔다. 웹툰 ‘미생’, ‘이태원 클라쓰’ 등은 드라마로 제작돼 세계로 퍼져나갔고 일본 등에서는 뮤지컬로도 만들어졌다. 올해 넷플릭스 TV 부문 전 세계 2위까지 올랐던 ‘중증외상센터’를 비롯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터디그룹’, ‘선의의 경쟁’ 등도 웹툰 원작이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최근 K콘텐트가 각광을 받은 데는 웹툰의 힘이 컸다”며 “국내 웹툰 시장 부진은 K콘텐트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전 세계를 휩쓸던 K팝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터차트가 집계한 지난해 K팝 음반 총 판매량은 8777만장으로 1년 전(1억359만장)보다 15.3% 줄었다. 특히 인도네시아, 태국 등 K팝 주요 소비국가로 꼽히는 동남아시아에서 K팝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 최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의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 한국곡의 점유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경우 자국곡 점유율이 2021년 23%에서 지난해 35%로 12%포인트 뛴 반면, 같은 기간 한국곡 소비 점유율은 12%에서 8%로 4%포인트 줄었다.

국내 영화 시장 부진은 장기화하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영화를 본 관객 수는 모두 1억2313만명으로 나타나 1년 전(1억2514만)보다 1.6% 감소했다. 연간 최대 관객 수를 기록한 2019년(2억2668만)과 비교하면 45.7% 줄어든 수치다. OTT로 인한 영화 소비 패턴 변화 및 내수 부진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K컬처의 앞날도 흐릿하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투자 규모가 줄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영상·공연·음반’ 분야 벤처 투자 규모는 지난해 4937억원으로 전년(6473억원)보다 23.7% 감소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등장에 따른 제작비 증가와 경쟁 심화로 K컬처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문화 투자에 대한 부담을 제도적으로 덜어줘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콘텐트 산업은 대한민국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다”라며 “공연 콘텐트 제작비 세액 공제 신설 등 투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콘텐트 수출을 통해 K컬처를 알린 기업에 대한 포상 등의 지원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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