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자 전원복귀 명령에 불만 폭증
시설-집기 부족해 “헝거게임 같다” 아우성
일각 “지치게 만들어 사직 유도하는 것”
AP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바퀴벌레 출몰, 새벽 주차 전쟁, 바닥에 앉아 일하기…
팬데믹 기간 원격근무를 했던 미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전면복귀’ 명령에 따라 빠르게 사무실로 돌아오는 가운데, 적잖은 직원들이 열악한 업무환경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업무 효율성’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 시간) 미 전역 8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 10여 명을 인터뷰해 미 연방정부 사무실의 천태만상을 전했다.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1.6km가량 떨어진 미 항공우주국(NASA) 본부 건물에서는 지난달 바닥에서 바퀴벌레, 수도꼭지에서 벌레가 나왔다. NASA 관계자들은 “일부 직원들은 책상이 없어 의자만 있는 채로 일한다”라고도 말했다. NASA 노동조합 ‘국제전문기술엔지니어 연맹’ 매트 빅스 위원장은 “여긴 완전히 혼란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기관들도 사정이 비슷하다. 미연방 이민국 직원들은 로이터통신에 “책상을 차지하기 위한 ‘헝거게임(생존 전쟁을 그린 공상과학소설·영화 시리즈)’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국 시카고 지부의 일부 직원들은 임시 사무실로 사용되는 창고에 책상이 부족해 상자 위에서 일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국세청 워싱턴 본부의 한 관리자급 직원도 “책상이 없어 바닥에 앉은 채 무릎에 컴퓨터를 올려놓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관에서는 직원들이 사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없어 개인 스마트폰 핫스폿을 이용해 인터넷을 이용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각 기관의 시설관리 담당자들은 매일같이 임시 업무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가구를 옮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 공무원은 “여긴 거의 동물원”이라고 토로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사무실 전면복귀’ 명령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 정부효율부(DOGE)이 이끄는 대대적인 정부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이다. 미 연방정부는 1년 예산이 지난해 기준 6조 8000억 달러(약 9800조 원)로,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의 정부다. 백악관은 1월 연방 공무원 중 사무실 근무자 비율이 6%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이 대부분 원격근무를 하면서 낭비와 사기가 벌어지고 있으며, 이를 없애야 정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공무원 측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놨다. 연방 기관들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무실 전면복귀 명령을 내린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이들을 지치게 만들어 사직을 유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대표적 공무원 노조인 미 연방공무원연합의 스티브 렌카트 전무이사는 “사무실 복귀는 혼란을 키우고 퇴사를 유도하려는 계략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연방 공무원 230만 명 중 현재까지 정부를 떠난 공무원은 10만 명이 넘는다.
백악관이 제시한 통계도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예산관리처(OMB)의 지난해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의 절반 미만인 110만 명이 원격근무 대상이었고, ‘완전 원격근무’를 한 인원은 약 10%인 23만 명이었다. 로이터통신은 “DOGE는 연방 관료 조직을 효율화하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인터뷰한 모든 직원은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