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가 열리길 기다리며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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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자민당 초선 의원 15명에게 고액의 선물을 돌린 ‘상품권 스캔들’에 휩쓸린 가운데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부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국민 감정과 차이가 있었다”며 거듭 사과하고 있지만 야당에선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17일 전국 여론조사(15∼16일 실시)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26%로 지난해 10월 정부 출범 뒤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지난달 여론조사 때 지지율이 40%였던 것과 견줘도 단숨에 14%포인트나 떨어진 수치다. 지난 13일 불거진 이시바 총리의 ‘상품권 선물’ 논란이 치명적인 타격을 줬다. 여론조사에서 총리의 상품권 배포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75%로 ‘문제없다’(23%)는 의견의 세배를 넘었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이달 초 중의원 초선 의원들과 총리 관저 회식을 앞두고 1인당 10만엔(98만원) 상당 고액 상품권을 준 사실이 일본 언론 보도로 알려졌다. 그는 “사비로 고생한 초선 의원들을 위로하려던 것으로 위법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일본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활동과 관련해 정치가 개인에 대한 금전 등의 기부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국민 정서와 맞지 않는 고액의 상품권을 정치인들에게 ‘회식 선물’로 나눠줬다는 점에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다만 이시바 총리가 이 문제와 관련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은 32%로, ‘그럴 필요가 없다’(60%)는 의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일본에서 정부 지지율이 한순간에 두자릿수로 떨어지는 건 이례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당시 스가 히데요시 정부가 엉뚱한 관광 지원책을 펼치면서 이전 지지율 56%에서 17%포인트가 하락한 적이 있다. 고 아베 신조 총리 시절이던 2018년 3월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관련해 정부 부처의 공문서 위조 논란으로 전달 지지율 44%에서 13%포인트가 주저앉기도 했다. 이시바 정부 입장에서는 ‘상품권 스캔들’에 대한 국민 여론이 앞선 사례들과 견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 여론조사(14∼16일 조사)에서 이시바 정부 지지율은 31%로 전달 대비 8%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권을 나눠준 것은 문제’라고 응답한 이들이 열에 예닐곱(75%)이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두 명 정도(19%)에 불과했다. 이시바 총리의 정부 운영 능력을 의심하는 반응도 많았다. ‘이시바 총리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7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관저 만찬에서 ‘10만엔 상품권'을 나눠준 문제에 대해 엄중한 평가가 지지율 급락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며 “야당이 책임 추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참의원 선거를 의식해 ‘이시바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날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15∼16일 조사)에서도 이시바 정부 지지율이 전달 대비 7%포인트 낮아진 23%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이와 관련해 공식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정부 대변인을 겸하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상품권 관련 질문에 “(이시바 총리가) 개인으로서 한 행위에 관한 것으로 정부 차원에서 답할 입장은 아니”라면서 “다만 이시바 총리는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일반 감각으로 봤을 때 이해를 얻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고 답했다. 이어 하야시 장관은 “(이시바 총리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점을 계속 설명하면서 이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도 이날 오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국민 감각과 괴리된 부분이 컸으며 뼈아프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반면 정치권에선 연일 공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하루 전 “이시바 총리의 행위가 정치자금규정법에 어긋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내각 불신임 결의안’ 제출 가능성을 언급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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