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첫 '이달의 재외동포'로 재일 기업인 김평진 선정

제주가 국제적 관광지 되는 데 초석
감귤농사, 교육, 언론 발전에도 기여

재외동포청이 '이달의 동포'로 선정한 재일동포 사업가 고 김평진 회장. 재외동포청 제공

재외동포청은 제1회 '이달의 재외동포'로 모국과 제주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한 재일동포 기업인 김평진(1926~2007) 전 재일제주개발협회장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재외동포청은 대한민국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인 위상 제고에 기여한 동포를 발굴해 매월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발표하기로 했다.

제주 출신인 김 회장은 제주도 내 최초의 관광호텔을 건립하는 등 제주 관광산업 발전에 기틀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64년 제주도 최초의 현대식 관광호텔인 제주관광호텔(현재 하니크라운호텔)을 건립하면서 본격적인 관광 인프라 조성에 나섰다. 이후 서귀포관광호텔과 허니문하우스를 연이어 오픈하면서 제주가 국제적인 관광지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당시 제주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할 만한 호텔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의 이러한 투자는 제주 관광산업의 발전에 초석이 됐다.

그는 교육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여를 했다. 1966년 경영난으로 폐교 위기에 처해 있던 제주여자학원을 인수해 제주 지역의 여성 인재를 양성하는 중요한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게 했다. 또 1981년 재일한국교육재단 고문으로 활동하며 재일동포 2세들이 모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역사와 국가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는 1977년 제주신문사(현재 제주일보) 회장으로 취임해 제주도의 언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며 상당한 자본을 마련한 그는 1982년 재일한국인상공연합회 회장을 맡아 한국과 일본 간 경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또 제주도의 감귤 산업 발전을 위해 신품종 감귤 묘목을 보급하고, 제주 농민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선진 농업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 같은 공로로 정부는 그에게 1981년 국민훈장 모란장, 198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수여한 바 있다.

이상덕 청장은 “재외동포는 일제강점기 해외에서 독립운동뿐만 아니라 해방 후 조국 근대화, IMF 외환위기 극복 등에 있어 막중한 역할을 했다”며 “이달의 재외동포 선정을 통해 그들의 공로를 널리 알리고 재외동포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달의 동포 선정'을 위해 재외동포청은 해외 동포단체의 추천과 언론, 교육, 경제 등 각 분야 민간 전문가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재외동포정책자문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선정 동포를 언론과 SNS에 홍보해 국민에게 재외동포가 대한민국의 자산임을 인식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