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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광우병 논란에도 '미국산 소고기' 수입 5배↑…이젠 전면 개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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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소고기 수입액 추이/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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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대상으로 통상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의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거세게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제삼고 있는 비관세 장벽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검역 주권과 국내 농축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미국산 수입을 제한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미국산 소고기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수입을 제한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16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전미쇠고기생산자협회(NCB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한국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지 않는 것은 불공정 무역"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우리나라는 광우병 우려 등을 이유로 2008년부터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만 허용해 왔는데 이런 조치가 불공정 무역에 해당한다며 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USRT 역시 지난해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축산업계 등이 우리나라의 소고기 수입 정책을 문제 삼는 이유는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최대 수입국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은 우리나라가 22억2000만달러로 가장 많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1위다. 일본이 18억7000만달러, 중국이 15억8000만달러 등으로 그 뒤를 잇는다.

현재 일본과 중국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0개월령 미만으로 수입이 제한된 상태에서도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최대 수입국이 된 것이다. 미국 축산업계는 한국의 소고기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수출량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1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판매되고 있다. 2025.03.12. /사진=김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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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국내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광우병 사태가 한창이던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액은 1억9700만달러에 불과했다. 2012년에는 5억22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빠르게 증가해 2022년에는 26억2400만달러로 10년 동안 5배 증가했다.

초기에는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과 한우 대비 맛이 떨어진다는 편견 등으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수입육 중 미국산 선호도가 가장 높을 정도로 인식이 개선됐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육 시장에서 미국산 소고기의 점유율은 48.1%로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한국갤럽의 '2024년도 하반기 소고기 소비자 인식조사'에서는 "미국산 소고기는 안전하다"는 응답이 70.2%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는 현재 미국과 소고기 수입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까지 미국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적인 요청은 없었다"며 "정부는 현재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측이 수입 개방을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축산업계는 여전히 반발한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미국에서 광우병(BSE)은 총 7건 발생했으며 최근인 2023년 5월에도 1건 발생한 바 있다"며 "광우병 대부분이 30개월령 이상의 소에서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30개월령 이상의 소고기 수입이 허용된다면 소비자의 불신이 소고기 자체로 이어져 한우의 소비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소고기뿐 아니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등 농산품에 대한 개방 요구도 제기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우리나라에 LMO 감자 수입 개방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언제든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과 통상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농산물도 미국측에서 의견을 제기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가서 미국측 관심사항을 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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