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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손주 돌봐주니 월 300만원" vs "감사한 마음만"…용돈 얼마가 적당?[40육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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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빠의 육아휴직기] < 3주차 > 감사한 가족의 육아 도움

[편집자주] 건강은 꺾이고 커리어는 절정에 이른다는 40대, 갓난아이를 위해 1년간 일손을 놓기로 한 아저씨의 이야기. 육아휴직에 들어가길 주저하는 또래 아빠들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머니투데이

양가 부모님 중 한 집이라도 같은 지역에 있다는 건 육아에 있어 '천운'에 해당한다. 특히 맞벌이 부부에게 육아를 도와주는 양가 부모님은 '신'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버는 집이더라도, 부모님 손을 빌릴 수 있다면 시터를 고용하는 대신 도움을 요청한다. 생판 남보다는 가족이 훨씬 낫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수도권에 있는 손자·손녀를 돌보기 위해 지역에서 할머니만 올라오는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런데 가끔 조부모 육아 과정에서의 갈등 사례들도 들려온다. 양육 방식의 차이에 따른 것도 있지만, 용돈을 너무 적게 드리니 섭섭해하셨다는 얘기가 꽤 많이 들린다. 팍팍한 육아에 구원의 손길을 내려주시기만 해도 그저 감사할 것 같은데, 집집마다 저마다의 상황은 다른 모양이다.


"월 최소 300만원" vs "감사하는 마음만으로 충분"

할머니표 패션의 특징. 아기 배에 찬 바람이 닿을까봐 바지를 하이웨이스트 스타일로 한껏 끌어올려 입힌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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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주중에는 부부가 돌아가며 아기를 보고, 힘들면 주말에 처가로 가 장모님께 아기를 맡긴다. 이때 얼마나 용돈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됐다. 그래서 '주변도르(주변+발로도르, 권위 있는 공식 통계가 아닌,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집계)' 조사를 나름 광범위하게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부모 육아에 대한 용돈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월 최대 500만원을 드리는 맞벌이 부부도 있고, 그저 감사한 마음만을 안고 아이를 맡기는 부부까지 다양하다.

비교적 용돈을 많이 드리는 부부들이 꼭 엄청나게 부유한 건 아니다. 월 2000만원을 버는 전문직 맞벌이도 있지만, 부부합산 세후 월급 600만원을 받으면서 그중에 절반을 드리는 집도 있다. 이들의 논리는 다음과 같았다.

"맘시터에서 아기 봐주는 이모님들을 고용하려면 시급이 1만5000원 안팎에 형성된다. 아기 외할머니가 하루에 10시간 정도 봐주신다고 하면, 그것만 해도 15만원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한 달에 주중 20~22일 정도를 봐주시니 공정한 시장가격대로만 따져도 300만원은 드리는 게 맞는다."

반면 용돈 없이 '사랑'만으로 조부모의 도움을 받는 집들도 간혹 있다. 한 아기 아빠는 "장모님께 용돈을 드리려고 했더니 '내가 내 손자 키우는데 무슨 돈을 받느냐'고 한사코 거절하셨다"고 전했다.

이런 양극단의 사례들을 제외할 경우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형편에 맞춰' 조부모님도 섭섭지 않으면서 애 키우는 부부의 생활에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의 수준에서 용돈을 드리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다시 한번 얘기하자면 이는 공식적인 집계가 아닌 '주변도르' 통계일 뿐이다. 정답은 없다.


조부모의 내리사랑은 가이 없어라

아기의 생떼에도 온화한 표정을 유지하며 돌봄을 이어가는 조부모들. 내리사랑의 힘이 이런 것인가 싶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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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돈을 드리더라도, 시터와 조부모에게 주는 돈은 차이가 난다. 그중 하나는 '조부모식 환급'이다. 아이를 돌보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자기 주머니에서 꺼내는 조부모가 적지 않다. 대부분의 조부모는 간단한 먹거리부터 장난감, 교재까지 손자·손녀에게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다.

자기 피가 섞인 아기를 돌보는 데서 오는 정서적인 유대는 말할 것도 없다. 손자·손녀를 동시에 돌보는 한 조부모는 "이미 지나가 버린 아들과 딸의 어린 시절을 다시 겪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부모가 돌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레 아기들은 '할머니 껌딱지'나 '할아버지 껌딱지'가 된다.

주로 주말에만 외할머니 손에 맡겨지는 딸은 언제나 장모님 껌딱지처럼 군다. 졸릴 때 아빠 품에서는 칭얼대지만, 할머니 등에 안기면 이내 편안한 얼굴로 기절하듯이 잠든다. 다자녀와 손자들을 돌보며 체득하신 스킬은 여전히 따라잡기 힘들다.


"난 하나도 안 힘들다" 조부모의 '착한 거짓말' 믿지 말아야

아기를 바라보는 조부모의 눈에는 언제나 사랑이 가득하다. 그런 눈빛을 받고 자라는 아기도 마찬가지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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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양육 방식에 대한 차이로 싸우는 가족들도 있다. 경험으로 쌓인 조부모의 방식이, 유튜브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다른 경우들이 있어서다. 젖병 씻는 법부터, 아기 재우는 스타일까지 예전과 요즘 육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 부부는 항상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있다. 장모님께 드리는 용돈과는 별개로, 일단 아기를 봐주신다는 자체가 사랑과 선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시터를 고용한 집에서는 방마다 홈캠을 달아 행동 하나하나를 녹화하지만, 조부모가 봐줄 때는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은가.

오히려 아기 봐주던 조부모가 골병들지 않도록 건강을 신경 쓰는 게 필요하다. 할머니 등허리를 천국처럼 여기며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아기를 주기적으로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써 드려야 한다. "아기 업고 돌봐주는 거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말을 절대로 전부 다 믿으면 안 된다. 자식들 안심시키려는 노인들의 '착한 거짓말'일 뿐이다.

아기는 점점 몸무게가 불어나고, 할머니·할아버지는 점점 더 연로해 간다. 조부모가 손자·손녀를 재우기 위해 포대기를 두르고 집 안팎을 왔다 갔다 하는 익숙한 광경. 그 단순한 일상도 더 이상 영원히 볼 수 없는 순간은 언젠가 반드시 온다.

할머니 껌딱지가 된 아기. 손녀를 사랑하는 장모님도 '잘 때'가 제일 예쁘다고 하신다. /사진=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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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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