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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與野 모수개혁 합의했지만, ‘자동조정장치-연금특위’ 불씨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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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혁 잠정 합의]

내는 돈 9→13%, 받는 돈 40→43%… 국민연금 개혁 18년만에 큰틀 접근

적자 예상땐 받는 돈 줄이는 자동장치… 與 “도입” 野 “반대” 추후 논의하기로

특위 운영 ‘여야 합의 처리’ 놓고 이견

여야가 14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현행 40%에서 43%로 조정하는 안에 잠정 합의했다. 사진은 10일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왼쪽),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오른쪽)가 국회에서 국정협의회를 진행하기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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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모수개혁은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급속한 연금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국민이 매달 내는 돈(보험료율)과 은퇴 후 받을 돈(소득대체율)의 비율을 조정하는 게 핵심이다. 여야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는 일찌감치 합의했지만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두고 국민의힘은 43%, 더불어민주당은 44%를 고집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민주당이 14일 국민의힘과 정부가 요구한 43%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사실상 모수개혁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직 남은 과제도 적지 않다. 추후 논의하기로 한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을 놓고 여전히 여야 간 입장 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다음 주 초 지도부 간 협의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를 통해 세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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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모수개혁이 시급한 과제라는 데는 정치권과 정부 모두 이견이 없다. 저출생 고령화로 연금을 낼 사람은 줄고, 받을 사람은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금개혁에 보험료율 인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정치권도, 정부도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한 탓에 2007년 이후 18년째 개혁에 실패해 왔다. 21대 국회 말인 지난해 5월에도 여야는 합의에 근접했으나, 소득대체율 1%포인트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끝내 무산됐다.

민주당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안이 사실상 합의된 만큼 3월 본회의에서 모수개혁 방안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세부 사항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하면 된다. 3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본회의까지 통과시키는 게 목표”라고 했다. 복지위원장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다음 주에 본회의(20일)까지 통과하면 가장 좋다”고 했다.

민주당은 소득대체율을 양보하는 조건으로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 ‘출산 및 군복무 크레디트 확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 등 3가지를 내걸었다.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는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경우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정해진 액수만큼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국민연금법에 담아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는 내용이다. 출산 및 군 복무 크레디트 확대와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는 가입자들의 연금 납입 기간을 늘려 노후에 받을 돈의 액수를 늘려주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은 이들 조건에 대해 “원래 정부안에 담겨 있던 내용”이라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큰 틀에선 여야가 합의가 됐지만, 예산이 많이 투입되는 것에 대해선 재정당국과도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처 간 이견 조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자동조정장치-연금특위 놓고 진통 예상

향후 쟁점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재정 적자가 예상될 때 자동으로 받는 돈의 액수를 줄이는 제도다. 여야는 일단 모수개혁 단계에서는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지 않기로 했지만, 도입 여부에 대한 양당 간 온도차는 크다.

민주당은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자동삭감장치’라며 부정적이다. 민주당 복지위 관계자는 “노후에 받게 될 돈이 정해져 있지 않고, 언제든 ‘자동으로’ 깎일 수 있다고 한다면 어느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원점에서 (연금특위 차원의) 구조개혁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동조정장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구조개혁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동조정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자동조정장치는 이번 모수개혁 논의에 담지 못하더라도 추후 연금특위가 구성되면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소득대체율을 민주당이 양보했으니, 국민의힘도 자동조정장치를 포기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일단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자동조정장치와 다른 연금과 연계해 큰 틀에서 연금 구조를 개편하는 ‘구조개혁’은 추후 국회 차원의 연금특위를 구성해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금특위 구성 자체를 놓고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연금특위 구성안에 ‘특위 운영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의견 차 때문에 당초 13일 본회의에서 연금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키려던 것도 결국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야 합의 처리’ 문구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합의 처리를 안 하겠다는 건 수적 우위를 앞세운 강행 처리에 나서거나, 특위 문만 열어두고 구조개혁 논의를 지지부진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앞서 여야는 연금특위 위원 구성을 놓고 야권 7명(민주당 6명, 조국혁신당 1명) 대 여당 6명으로 합의한 바 있다. 21대 국회 연금특위 구성안에는 ‘여야 합의’ 문구가 포함됐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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