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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한국의 국가 핵심 산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해야 하는 주요 산업들이 기술 격차 축소와 공급망 불안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대하는 업계의 대응 방식은 다소 차이가 난다. 반도체 업계는 위기의식을 공유하며 강력한 정책 지원을 요구했고, 정부도 이에 화답하며 K-칩스법 통과와 52시간 근무제 특례 적용을 논의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반면, 배터리 업계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배터리 산업도 반도체처럼 정책적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열린 인터배터리 2025는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전시회에서 중국 거대 배터리 기업들도 참가,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BYD가 처음으로 참가해 원형, 각형, 파우치형 등 전 폼팩터의 배터리를 선보였다.
중국이 배터리 시장에서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한국 배터리 업계는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한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와 비교하면 정책적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약하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K-칩스법을 통과시키고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특례 적용을 요구하는 등 강한 대응을 펼쳤다. 대한전자공학회,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등 반도체 학계가 뭉쳐 정부를 압박했고, 결국 K-칩스법 통과를 이끌어냈다.
이번 인터배터리 2025에서는 이러한 산업적 요구가 공식적으로 제기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배터리 업계가 반도체 업계처럼 정부와 정책 당국을 설득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번 행사에서 배터리 산업계가 52시간 근로시간 문제와 연구개발 지원책을 공론화했다면, 향후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 역시 인터배터리 도어스테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았지만, "적절한 자리에서 논의할 문제"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반도체 업계가 연구개발 인력 보호와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금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중국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한국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인 시점이다. 반도체 업계가 정부와 산업계를 설득하며 지속적인 지원을 요구했던 것처럼, 배터리 업계 역시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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