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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제작 진열대에 놓인 가로 8m ‘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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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명보’ 특별전 관람 포인트

백자 청화철화나비문 시명 팔각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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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는 깨끗한 옥산이요 마음은 물을 좋아하니(形靜玉山 心樂水), 그 누구의 지혜로움이 이와 같고 어느 누구의 어짊이 그와 같으리오(孰如其智 孰如仁).”

서울 강남구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특별전 ‘호림명보’에 전시 중인 18세기 조선 ‘백자 청화철화나비문 시명 팔각연적’에 쓰인 칠언절구다. 이 연적은 보물로 지정된 두 점뿐인 백자 연적 중 하나로, 논어의 구절 ‘요산요수(樂山樂水)’를 빗댄 시구 덕에 더욱 품격이 높게 느껴진다. 국보 8건과 보물 54건, 서울시유형문화유산 11건 등 박물관 소장품 100여 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관람 포인트를 살펴봤다.

●‘지금 봐야 할’ 작품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입불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 호림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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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寫經·불교 경전을 베껴 쓴 것)은 분량이 방대하지만 통상 도입부인 변상도(경전의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그림)까지만 전시된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펼쳤을 때 가로 8m에 이르는 사경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있다. 특별 제작한 진열대에 놓인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입불사의해탈경계보현행원품’이 그 주인공. 쪽물을 들인 남색 종이에 금으로 화려하게 쓰인 글자를 눈으로 좇다 보면 간절함과 엄숙함이 느껴진다.

금으로 채색된 14세기 고려 ‘수월관음도’, 임진왜란에서도 살아남은 조선 전기 ‘지장시왕도’ 등 불화 3점은 전시 중간 다시 수장고로 들어가는 탓에 다음 달 6일까지만 볼 수 있다. 조명, 습기 등에 취약해 오래 꺼내 놓기 어려운 탓이다.

●미래 보물 후보들

향후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는 유물을 미리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1591년 사헌부에서 열린 ‘신참 신고식’을 그린 ‘총마계회도’는 비교적 수수해 지나치기 쉽지만 보물 지정 심사에 올라 있는 작품이다. 유지원 학예연구사는 “행사 날짜와 참석자, 소장자 등이 상세히 기록돼있어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백자 항아리 중 큰 크기로 손꼽히는(높이 61cm) 18세기 ‘백자 대호’, 담청색이 아름다운 13세기 ‘청자 상감쌍룡국화문 반’도 보물 지정 심사 중이다.

●이야기가 있는 유물

우여곡절 끝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 유물은 특히 반갑다. 1443년 일본으로 유출된 뒤 타지를 떠돌다 1971년 재일교포로부터 인수된 14세기 국보 ‘백지묵서 묘법연화경 권1-7’이 대표적이다. 15∼16세기 조선 ‘분청사기 철화당초문 장군’은 호림박물관을 세운 호림 윤장섭(1922∼2016)이 특별히 아꼈던 유물로 전해진다. 이원광 학예연구실장은 “박물관 설립 후 곧장 출연했던 다른 유물들과 달리 1∼2년 뒤에야 꺼내 놓은 작품”이라고 했다. 전시는 7월 26일까지 열린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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