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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4 (금)

[fn사설] '기업 죽이는 악법' 호소에도 상법 개정 강행한 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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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주도로 13일 본회의서 통과
거부권 행사 후 여야 재개정 논의를


우원식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3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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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재석 279명 중 찬성 184명, 반대 91명, 기권 4명으로 처리됐다. 민주당은 "주식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국민의힘은 "경제를 망치는 악법"이라며 즉각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했다. "기업들을 사지로 몰아넣을 것"이라며 수십수백 번 입법 철회를 호소한 경제계는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상법 개정이 개인투자자들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권한대행 정부가 대번에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도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급기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을 걸고라도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겠다"며 당정 기조와 정반대 소신을 밝힌 것도 정부 내 균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당 개정안은 이사가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넓히고 상장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주주 보호' 취지 자체는 맞는 방향이다. 일부 기업의 무분별한 합병·분할과 중복상장, 무책임한 증자 등에 따른 피해를 소액주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다. 수백만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린 이유임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은 무분별한 기업들의 분할 규제와 밸류업 대책을 뒤늦게 여럿 내놓긴 했으나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개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외면과 불만에 편승, 조기대선 행보에 나선 민주당이 상법 개정으로 1400만 개인투자자의 지지를 기반 삼아 잽싸게 치고 나간 것이다. 애초에 상법 개정 어젠다를 먼저 꺼낸 여당은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채 뒷수습에 바빴고, 끝내 야당 단독처리를 막아내지 못했다.

상법 개정이 나라경제에 미칠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활력이 넘치고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면 기업들의 회복탄력성은 높을 것이다. 그러나 긴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미국발 관세전쟁에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내우외환의 상황 아닌가. 탄핵과 정치권의 극한대립에 국정마저 중심을 잃고 혼란에 빠져 있다.

이런 와중에 민주당은 100만여 기업이 적용받는 중대한 상법 개정안을 끝내 통과시켰다. 만약 거부권 없이 공표된다면 기업활동 위축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다. 줄소송에다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경영권 위협까지 기업의 부담은 가중되고 투자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행동주의펀드들의 과도한 배당요구, 경영개입 등에 기업들이 온전히 경영에 전념하기 불가능해졌다"는 경제계의 걱정도 현실화될 수 있다.

밸류업은 법 조항 몇 개 바꾼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기업 실적도 좋아야 하고,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투자도 있어야 한다. 투자와 생산, 수출이 늘어 경제가 잘 돌아가면 나라살림에 쓸 세수가 늘고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기업활동에 도리어 장애가 되고 소송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큰 상법 개정안은 국회로 돌려보내는 게 마땅하다.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기업·주주의 균형적 이익을 보장하는 내용으로 상법을 재개정하거나 2400여개 상장사에 한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하는 방안은 추후 논의하면 된다. 기업들도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배당을 확대하고 대주주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는 자구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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