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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3 (목)

"왜 엔비디아에 록인되려 하나"... GPU에만 목매는 AI 정책에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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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GPU 확보 위한 추경 추진
"한 기업 위주 인프라 구축엔 '리스크'
국산 NPU 검증기회, 투자확대 절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 리벨리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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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딥시크 쇼크'를 겪은 뒤 내놓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정책에 국산 AI 반도체가 외면당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단기적으로 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AI 산업 생태계를 위해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투자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추경에서 GPU 확보만 이야기가 되는 것이 무척 아쉽다"며 "소수의 물량이라도 추론형 NPU, non-엔비디아 제품이 인프라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지금까지 AI를 고도화하는 최적의 장치로 GPU가 활용돼왔다. 그런데 GPU로 구성된 데이터센터가 거대화하면서 전력과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가 불거지자 AI 연산에 좀 더 특화한 NPU가 다음 대안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NPU는 특정 용도를 위해 더 가볍게 설계되기 때문에 전력을 덜 쓰고도 고속연산이 가능하다. 딥시크는 자사 AI 모델 개발(학습)에는 엔비디아 GPU를 쓰더라도 운영(추론)엔 중국 화웨이가 개발한 NPU인 '어센드 910'을 쓰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 역시 AI 인프라를 구축할 때 "처음부터 엔비디아와 non-엔비디아 제품 두 종류의 기종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엔비디아 GPU가 구축되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모두 딸려 들어온다"며 "'엔비디아 온리(only)'로 인프라가 구성돼 버리면 기술적인 '록인'이 돼버려 이후 다른 하드웨어를 추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추진성과 및 향후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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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정부가 지나치게 엔비디아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국내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읽힌다. 지난 11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조속히 추경이 되지 않는다면 올해 GPU 도입이 어렵다"며 GPU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국가AI컴퓨팅센터 공모 신청 기업에는 엔비디아 등으로부터 받은 GPU 공급 확약서를 제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기도 했다. 계획상 2030년까지 이 센터에 국산 NPU를 50% 채우겠다는 목표는 설정돼 있지만, 현재 방식으론 20∼30%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박 대표는 내다봤다.

박 대표의 일침은, AI 산업 생태계의 육성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정책이나 제도가 스타트업이 자생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는 미흡하다는 업계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최근 자체 개발한 NPU를 상용화하려는 국내 스타트업 퓨리오사AI가 자금난 때문에 메타와의 인수합병이 거론됐을 때도 유사한 우려가 쏟아졌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국내에 고속도로가 깔리고 나서 자동차 산업이, 정보통신망이 갖춰진 뒤 휴대폰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던 것처럼 AI 산업도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단계"라며 "인프라와 함께 국산 기술도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백준호(왼쪽) 퓨리오사AI 대표가 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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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테크기업의 성능과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세계 시장을 공략하려면 국내에서 기술 검증과 사용 경험(레퍼런스)을 확보해야 한다. 업계에선 이를 위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중이다. 퓨리오사AI는 메타가 눈독 들일 만한 NPU 기술을 보유했어도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백 대표는 "세계 AI 컴퓨팅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밖에 안되기 때문에 결국 국산 AI 반도체도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며 "딥시크가 오픈AI를 충분히 따라잡은 것처럼 선례를 잘 분석하면 우리나라 AI 반도체도 현재 선두인 엔비디아를 예상을 넘어서는 속도로 추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에서는 NPU를 포함한 국산 AI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해 2022년부터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올해는 366억 원이 배정됐으며, 2030년까지 총 8,000억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가AI컴퓨팅센터 설립 계획이 만들어지면서 엔비디아 GPU 중심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으로 정책 중심이 이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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