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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당하면 성을 간다"…트럼프에 '신속·강력 대응' 달라진 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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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발효되자 1시간 뒤 41조원 수입품에 비례 대응

"트럼프 1기 때 대서양동맹 끊어내는 트럼프에 당황…이번엔 방심 않고 철저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성 패트릭의 날' 리셉션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2025.03.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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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민경 김예슬 기자 최종일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현지시간 12일을 기해 발효되자, 유럽연합(EU)은 딱 1시간 뒤에 2단계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무역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협상을 원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는 전 세계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약 260억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대미 수출품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면서, 동등한 수준의 미국산 제품에 오는 4월 보복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우선, 4월 1일부터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응해 EU가 도입했다가 미국과의 협상 끝에 보류했던 선박과 버번위스키 등에 대한 보복 관세를 되살리고, 4월 중순부터는 미국산 상품에 광범위한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추가 관세 부과 대상엔 △철강 △알루미늄 △섬유 △가전 △플라스틱 △목재 △가정용 공구뿐 아니라 △가금류 △쇠고기 △일부 해산물 △달걀 △견과류 △유제품 △설탕 △채소 등 농축산물이 포함된다. 이들은 미국 공화당 강세 지역의 중요 수출 품목이다.

미국은 유럽의 최대 수출 시장인 데다 유럽 주요국은 이미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과의 관세전쟁이 장기간 지속되면 유럽은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EU의 보복관세에 대해 "대응할 것"이라며 "우리는 금전 대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자료사진> 2024.07.19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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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가 믿는 구석은 이번 관세전쟁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는 점이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해 10월, EU가 트럼프 승리 시 발생할 수 있는 무역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EU 국가들의 모토가 "한 번 속으면 네 잘못이지만, 두 번 속으면 내 잘못이다"라고 전했다.

EU의 고위 관리들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교훈을 얻었고, 그 어느 때보다 단합돼 있어 트럼프를 단호하게 제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외교관은 "우린 빠르고 강하게 반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2018년 트럼프가 처음으로 EU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했을 때 방심했고, 싸움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미국 관세의 일부에만 보복했다. 트럼프는 EU의 이 같은 화해 신호에 호응하지 않고, 유럽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 위협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당시 EU는 트럼프가 공급망을 뒤집고 대서양 동맹을 단절하려는 의향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다른 유럽 외교관은 EU 국가들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주도로 전략을 조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외교관은 "브뤼셀은 준비된 목록을 갖고 있다. 우리가 무역전쟁에서 승리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U는 지난해에 미국 대선 결과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즐라 폰데라이엔이 이끄는 EC에 일명 '트럼프 태스크포스(TF)'라고 불리는 신속대응팀을 구성했다.

폴리티코는 '보복이 강할수록, 트럼프는 더 빨리 협상장에 앉을 것'이라는 게 EU 지도자들의 생각이라고 외교관들을 인용해 전했다. 즉 트럼프가 즉시 협상에 나서도록 큰 고통을 가하는 것이 목표다. 한 외교관은 "유럽은 상당한 보복을 준비했다. 1차 라운드에서 협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EU의 대응 상황을 전하면서 세부 계획으로 △최대한의 고통을 가하기 위해 공화당 강세 지역 제품 등과 같은 민감한 품목에 표적 타격 △피할 수 있다면 치고받기(tit-for-tat) 경쟁으로 확대하지 말라 △실리콘밸리의 대형 기술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전략 등을 사용해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여라 등을 소개했다.

NYT는 이 같은 계획은 협상을 제안해 무역전쟁을 피하려는 것이 의도라고 전했다. 여기엔 미국산 가스 추가 구매 등과 같은 당근도 포함된다.

최근 워싱턴을 방문했던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무역·경제안보 담당 집행위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의 협상 제의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 이익을 제고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를 공동으로 파악했다"면서 "하지만 결국에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allday3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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