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ICO 불법화, 2021년 채굴도 금지…
암호화폐 시장 달러패권 확대 보며 '실기론'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위안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은 24일 중동사태 등 내외 정세 동향, 미국 기준금리 인하 관측, 엔화 환율 변동, 경기추이, 금리차 등을 반영해 달러에 대한 위안화 기준치를 3거래일 연속 절하 고시했다. 2024.1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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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의 국제통화 지위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이 암호화폐 딜레마에 빠지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암호화폐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에서 달러 영향력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중국 정부 정책이 빠르게 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에레로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2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트럼프의 시도대로) 미국에 암호화폐 준비금이 생기면 미국으로의 자본 유출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중국에 큰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 위안화를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가치가 거의 변하지 않는 결제수단 성격의 코인)이 출시되기를 상상하긴 어렵고, 유동성 기반이 이미 미국 달러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경쟁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지난 2017년 ICO(코인발생)를 불법화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를 중단시켰다. 2021년엔 베이징에서 비트코인 채굴 전면 금지조치를 발표하고, 사실상 암호화폐 관련 사업을 모두 불법화했다. 암호화폐가 금융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으며 자본유출 위협이 높아지고 범죄활동을 은폐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블록체인 개발은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동전의 양면이나 마찬가지인 암호화폐를 금지한 상태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빠르게 육성하긴 어렵다. 지난해 홍콩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지만 뚜렷한 자금유입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불법이라는 데 마음놓고 들어올 펀드가 없는게 당연하다.
트럼프가 규제를 완화하면 미국 내 기관투자자나 기업들이 암호화폐를 채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블랙록이나 피델리티 등이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면서 기존 금융시장과 암호화폐 시장 간 연결고리가 강해지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이 활성화할수록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달러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중국 장쑤성 한 항구에서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들. /신화=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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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입장에선 속이 탄다. 국제 금융 및 무역시장에서 미국 달러 패권을 뺏어오자는 게 중국의 기본 전략이다. 미국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금융망 밖 위안화 통용을 위해 암호화폐 대신 e-CNY(디지털위안화)를 발행했는데, 2024년 말 기준 발행 총액 260억위안(약 4조8000억원) 정도다. 암호화폐 전체 시총 3600조원, 비트코인만 2160조원이다. 존재감이 미미하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가 당장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홍콩대 현대중국과세계센터 브라이언 웡 연구원은 "트럼프의 움직임은 중국이 전략적 밸런스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만들고 있다"며 "과도 확산에 대한 경계가 여전히 커 뭔가를 빠르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이공대 잭 푼 교수(핀테크) 역시 "중국이 단기적으로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기적 시도로 홍콩을 통해 테스트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뉴욕대 윈스턴 마 부교수(디지털경제)는 "중국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지배에 저항하는 방식을 테스트하는 실험적 샌드박스로 홍콩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암호화폐 소매거래에 대한 라이선스를 더 많이 발급하고, e-CNY 사용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CNY를 기존 암호화폐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거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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