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인사 범죄에서 피고인 이익 확대 ‘모순’
지난 8일 오후 구속 취소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한남동 관저로 귀가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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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와 석방을 결정한 법원과 검찰의 판단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일각에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피고인인 윤 대통령이 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일 뿐”이라며 비판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충분히 법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는 문제”라는 주장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도 “기존 구속기간 산정법이 피고인의 신체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어 불리하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대부분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지금까지 법원과 검찰이 다룬 주요 사건에서 피고인 이익을 보장하는 ‘사법정의’는 법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권력자·특권층에서만 확대됐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윤 대통령 구속 취소 및 석방과 같은 일은 역대 주요 사건에서 되풀이됐다. 상당수 사례가 권력자나 특권층 등 유력 인사들의 사건에서 나타났다. 법을 잘 알거나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재판정에 서면서 벌어진 경우가 많았다. 결과적으로는 검찰 등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깨고 피고인에 대한 사법정의를 실현하게 됐지만 과정도 정의롭다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2007년 대법원의 김태환 제주지사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선고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 지사는 현직 지사로 2006년 5월31일 지방선거에 재출마했는데, 공무원을 동원해 불법 선거운동을 기획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검찰이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 대상이 아닌 사무실 서류까지 압수했다. 이 증거는 1·2심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따라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지사는 법무법인 태평양 등 초호화 변호인단을 동원해 위법 증거임을 강조했고, 결국 사건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법관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한 문언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피압수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확장 또는 유추해석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라도 진실규명을 위한 것이라면 증거능력의 예외를 둘 수 있다”면서도 “이런 예외를 함부로 인정하면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김 지사의 선거법 위반 행위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들이 증거능력을 잃었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수사기관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국내 첫 판결로 기록됐다.
2021년 6월 대법원은 항소심 증인신문 전에 검찰이 증인에 대해 ‘사전 면담’을 한 것을 문제 삼아 증인의 진술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항소심 법원은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모씨에게 받았다는 4300여만원을 뇌물로 인정했는데, 대법원은 검찰이 사전에 최씨를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증인의 법정 증언 전에 사전 면담으로 압박 수사를 하던 검찰의 관행 때문에 김 전 차관의 유죄 혐의는 2022년 1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같은 해 8월 검찰의 재상고를 기각하며 이를 확정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는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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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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