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급등기엔 장기 전가효과 커져
환율 상승 후 9개월째 물가 반영 정점
2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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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정치 불안과 달러 강세로 급등한 환율이 올해 하반기까지 물가에 상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한국은행 진단이 나왔다. 앞으로 환율이 안정되더라도 그간 누적된 영향이 가격에 천천히 반영되면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조강철 차장과 위승현 조사역은 27일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환율 변동이 개별 품목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파급되는 영향을 점검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1,44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앞으로도 미국 관세정책 영향 등으로 고환율 국면이 오래 지속될 수 있어 물가 경계감이 큰 상황이다.
분석 결과, 환율 변동률이 10%포인트 상승할 때 이후 소비자물가는 초반 3개월(단기) 0.28%포인트 오르고 이후 4~12개월(장기) 0.19%포인트 더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올해 연평균 환율이 지난해 대비 10% 높아질 때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5%포인트 뛰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보고서는 부연했다. 그간 알려진 ‘환율 10% 상승 시 물가 0.2~0.3%포인트 상승’보다 큰 수치다.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는 환율이 변동한 뒤 9개월째에 정점을 찍고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지금처럼 환율이 크게 뛰어(총 누적 상승률 10% 이상) 3개월 이상 유지된 ‘급등기’만 보면 장기 전가효과(1.3%포인트)가 단기(0.31%포인트)보다 훨씬 컸다. 보고서는 “환율 상승이 장기화하면 가격 인상을 유보하던 기업까지 조정에 동참하면서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며 “향후 환율이 다소 하락하더라도 그간 급등한 영향이 올 하반기 잠재적인 물가 상승 요인으로 남아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한은이 최근 전망한 1.9%보다 소폭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 효과 추정.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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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와 시차는 품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환율 변동 후 3개월 이내에 물가상승률이 유의하게 반응하는 단기민감 품목은 45개로, 식료품과 에너지류가 주를 이뤘다. 이후 9개월간 누적 효과가 나타나는 장기민감 품목은 73개로 치킨값 등 외식과 국내 항공료 등 비교적 가격 지속성이 높은 서비스 품목 비중이 컸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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