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베이조스·저커버그 등 재산 500억달러 넘는 '초부유층' 형성
경제 넘어 정치·사회적 영향력…"느슨한 규제 덕에 부 축적" 비판도
1월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마크 저커버그,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급속한 기술 혁신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빅테크 거물들을 필두로 기존의 억만장자와 차별화되는 일군의 '초부유층'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자산정보회사 '알트라타'의 자료를 인용, 올해 2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 24명의 '슈퍼 억만장자'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슈퍼 억만장자는 500억 달러(약 71조6천억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이들을 말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4천194억 달러(약 601조원)로 재산이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고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2천638억 달러(약 378조원),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2천389억 달러(약 342조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1천84억 달러·13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1천60억 달러·14위) 등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
슈퍼 억만장자 24명의 총자산은 3조3천억 달러(약 4천728조원)로, 프랑스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필적한다. 이들 24명의 합계 자산은 전 세계 억만장자 3천여명의 재산 중 16%를 차지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이런 특징은 억만장자라는 종전의 부유층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집단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WSJ은 전했다.
알트라타의 분석 책임자인 마야 임버그는 "이제 억만장자 집단 내부에서도 격차가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슈퍼 억만장자의 주류를 이루는 정체성은 '기술 발전으로 큰돈을 번 미국 남성 IT 기업가'로 요약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인 '석유왕' 존 D. 록펠러 스탠더드오일 창업자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등 19∼20세기 억만장자들이 인프라 산업을 기반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것과 뚜렷하게 차별화된다.
앞선 세대 억만장자의 재산이 회사의 유형 자산을 중심으로 계산된 것과 달리 슈퍼 억만장자들의 재산 규모는 회사의 미래 가치와 연동된 주식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들의 재산은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특징도 보여준다. 주식시장의 변덕에 수백억 달러가 오락가락하는 일도 예사로 일어난다.
'부의 세습'이 아닌 자수성가를 통해 재산을 일군다는 점도 슈퍼 억만장자의 특징 중 하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에 동석한 일론 머스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
그러나 이들의 성공을 자수성가 신화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IT 분야의 느슨한 법망을 이용해 독점적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는 "스탠더드 오일에 대해서는 반독점법이 잘 작동하고 있지만, 테크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또 이들은 기업 차원에서나 개인 차원에서나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보다 세금을 회피하는 데 능숙하다"고 꼬집었다.
우주 산업에 이어 정부 구조조정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머스크나 워싱턴포스트(WP)를 소유한 베이조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보유한 저커버그 등이 보여주듯 이들은 경제 영역을 넘어 정부와 미디어 등에 전례 없이 강한 영향력도 누리고 있다.
시카고대학 루이지 징갈레스 교수는 "좋은 자본주의 시스템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의 모방이 빠르게 이뤄지므로 누구에게도 과도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며 "미국 자본주의의 실패"라고 진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도 "이들은 평범한 미국인과는 아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며 "이런 양극화는 사회가 작동하는 기반인 연대감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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