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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만명 살린 미국 원조 끊겼다…트럼프 명령에 세계 보건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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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각)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WHO 소셜미디어 엑스(X)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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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미국의 해외 원조 기부 중단으로 세계 50개국에서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HIV) 치료와 검사 서비스 등이 즉시 중단되는 등 전세계 보건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12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시행한 미국의 원조 중단 조처로 후천성면역결핍증, 소아마비, 천연두와 조류인플루엔자 대처 노력 등 다양한 보건 문제가 세계 곳곳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국무부가 관리해 온 ‘대통령 에이즈 구호 비상계획’(PEPFAR·이하 에이즈 비상계획)을 90일 동안 일시중지하라고 명령했다. 75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에이즈 비상계획은 아프리카와 전세계 개도국 HIV 치료제 대부분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3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시 시작돼 현재까지 54개국 최대 2500만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추산된다. 비상계획을 중단한 결과 지원 대상 50개 국가에서 검사와 치료, 예방 서비스가 즉시 끊겼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진료소가 문을 닫고 보건요원들이 휴가를 간 상황”이라며 각 국가별로 약물 공급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해결책을 찾을 때까지 자금 지원을 계속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날 세계보건기구를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결과 HIV 바이러스뿐 아니라 소아마비와 천연두, 조류인플루엔자 대응도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관련 협력과 발병 퇴치 등에 문제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마리아 반 케르코브 팬데믹과 전염병 임시 책임자는 “지난달 24일 이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로부터 인플루엔자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교류가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미국의 탈퇴로 부족해지는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00억 달러(약 72조3500억원) 규모의 기부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무총장은 “교회, 병원, 대학 등 비영리 단체가 기부금을 받는 식을 고려 중”이라며 “회원국들이 이를 실현하는 데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을 따라 세계보건기구를 탈퇴한 아르헨티나의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 세계 최고금액을 지원해 오던 미국은 2022~2023년 약 13억 달러(약 1조8811억원)를 지원했다.



미국의 해외 원조액은 2023년 회계연도 기준 약 400억 달러(연방 예산의 1% 미만)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담당하며, 가장 많은 지원을 하는 부분은 보건 분야였다. 미국 국제개발처는 1961년 존 F. 케네디 행정부 당시 ‘외국원조법’에 따라 설립된 독립 부처로, 전세계 130개국을 지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국제개발처 직원 다수에 해고 통보를 하고 누리집을 폐쇄하는 등 단계적 폐지를 지시하며 조직 축소를 진행 중이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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