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시바 향해 "강한 남자"
아베 이은 브로맨스 기대감 높여
최대 의제 오른 '무역적자 해소'
이시바 "대미 투자 확대" 약속
US스틸 인수 아닌 투자로 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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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 대해 "꽤 강한 남자"라며 긍정적인 인상을 전했다. 과거 아베 신조 전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브로맨스'로 불리던 긴밀한 관계가 이시바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본의 1조달러(약 1456조원) 대미투자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방위비 2배 증액 등 일본의 일방적인 퍼주기로 읽히지만 장기적 계산서를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일 동맹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만큼 일본이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따라 향후 관계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미일 정상 "北 핵 보유국 인정 불가"
이시바 총리는 9일 공영 NHK에 출연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적절한 시기에 일본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일 관계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구축할 토대를 마련한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그는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확인했다"면서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비핵화가 최종적으로 달성돼야 한다는 것이 미일 간 공통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회담에서 이시바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지지를 요청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다시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의제는 미일 간 무역 문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공정성과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을 둔 교역을 할 것"이라며 일본과 무역 불균형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일본과 교역에서 1000억달러(약 146조원)가 넘는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이 문제를 매우 신속하게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일본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대해 상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만약 상호 호혜적인 방식이라면 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이 일본에 대해 가진 무역적자를 개선하고 싶다"고 답했다. 미국이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면 일본도 보복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론적인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좋은 답변"이라고 웃으며 반응했다.
양국은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에너지 및 첨단기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이 미국 알래스카에 송유관을 건설해 일본으로 수출하는 방안, 일본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의 대미 투자 규모를 1조달러로 늘리고 양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US스틸 인수, 방위비 증액…미완의 과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건도 새 국면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불허했던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새로운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해 소유하는 대신 US스틸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했다"며 "US스틸이 인수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투자는 환영한다"면서 이번 합의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냈다.
방위비 문제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방위비 증액을 직접 요구하지 않았다. 방위비 문제는 일본이 스스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동맹국으로서 책임을 미국과 공유하고 역할을 다할 준비가 됐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가 사실상 방위비 증액을 시사한 대목으로 향후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이시바 손 잡나
이번 정상회담 이후 일본 언론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골프 외교로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던 데 비해 이시바 총리는 공감을 표시하는 전략으로 일단 무난한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호적인 분위기 연출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일본에 압력을 가하는 예상외 발언은 나오지 않아 걱정할 것은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에 대해 내놓은 발언은 진전"이라며 의외의 성과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시바 총리에 대해 "훌륭한 총리가 될 것", "꽤 강한 남자" 등의 칭찬을 했다. 다만 이와 관련 요미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를 '신조'로 부르며 친분을 과시해 온 점과 비교하며 "끝까지 이시바 총리를 '시게루'라고 부르는 일은 없었다. 개인적인 신뢰 관계 구축에는 시간이 걸릴 모습도 엿보였다"고 지적했다.
회담이 대체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지만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미일 간 신경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문제, 상호 관세 조치, 방위비 증액 문제 등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관세를 부과하게 되겠지만 대부분 상호 관세가 될 것"이라며 이달 10~11일 관련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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