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2024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에서 '모더레이터로 AI 휴머니티'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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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노태우 비자금'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라는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공화국 불법 통치자금이 제대로 환수되지 않았다는 데 대한 사회적 반감이 상당하고, 정치권·시민단체를 통해 다수의 정황이 포착됐음에도 수사가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는 탓이다.
무엇보다 이 사안은 대법원 판결을 남겨둔 'SK가(家) 이혼소송'의 천문학적 재산분할 액수(1조3808억원)와 직결된 문제여서 사법당국의 신속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노태우 비자금' 수사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관련 수사는 4개월 넘게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수사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환수위는 다시 움직였다. 지난달 국세청 숨긴재산추적팀에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의 해외 돈 세탁 가능성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이달 3일 서울중앙지검에 두 사람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다.
특히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의 수상한 자금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적 여력이 부족하다며 추징금 납부를 미루던 이들이 일련의 방식으로 재산을 증식했다는 것은 결국 별도의 비자금 창구가 존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김옥숙 여사가 2000~2001년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210억원의 보험료를 내고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등 움직임이 감지됐지만 별도의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검찰과 국세청이 여야 의원의 질타를 받았다.
김근호 환수위 사무국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노태우 일가가 직장 생활이나 경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이 움직인 액수는 상식을 벗어나는 수준"이라며 "자체 조사로 석연치 않음을 발견했고, 따로 확보한 자료를 고발장에 첨부했다"고 설명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논란의 기폭제가 된 사건은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이었다. 노 관장이 재판 중 어머니 김옥숙 여사가 보관하던 이른바 '300억 메모'를 제시한 게 그 출발점이다. 아버지 노태우 씨가 1990년대 선경(SK) 측에 300억원을 전달했으니 자신도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논리를 편 것이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재산 분할 액수를 1조3808억원으로 상향했다.
하지만 그 일가에게 노 관장의 승소는 화근이었다. 과거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총 904억원 규모 비자금을 스스로 들춰낸 격이어서다. 이후 증거의 신빙성과 자금 출처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지며 이들은 재차 화제의 중심에 섰고, 정치권·시민단체의 가세로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결국 사법리스크에 직면했다.
현재 사회 전반에선 진상 규명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는 물론, 'SK 이혼소송' 최종심에서도 대법원이 반드시 비자금의 실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노 관장 측을 신뢰하기도 어려워졌다. 6공화국 시절 고위 인사로부터 정반대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일례로 당시 경제수석을 역임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300억원'은 노태우 씨가 SK 측에 요구한 노후자금이란 발언을 남겼다.
이어 "고등법원이 '노태우 비자금'을 노 관장의 돈으로 본 것은 세금 없이 이뤄진 불법증여를 인정한 셈"이라며 "은닉자금을 찾아 국고로 돌려놓고, 그 일가에게 세금을 물리는 등의 조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애초에 국고로 환수됐어야 할 돈이었다면 이혼소송에서의 기여도 논쟁은 무의미해진다"면서 "노 관장이 재산 형성에 도움을 준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겠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차재서 기자 sia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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