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2 (수)

‘이재명표’ 농촌기본소득 실험 3년…인구 되레 줄었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인구소멸 위기 연천 청산면서
월 15만원 주민에 지급했지만
2년간 인구 감소세 못 막아

동네상권 일부 활성화됐지만
주거·일자리 부족으로 한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농촌기본소득 시범 사업이 끝나면 청산면을 떠나겠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일자리 등 근본적 인프라스트럭처가 확충되지 않으면 인구 소멸 위기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봅니다.”(경기도 연천군 청산면 백의리 주민)

경기도가 농촌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는 연천군 청산면 인구가 최근 2년째 감소세를 기록해 사업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주력 사업으로 추진한 농촌기본소득 실험이 4년째를 맞이했다.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기본소득실험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던 인구 유인 효과는 작은 것으로 나타나 결국 실험이 실패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기도는 2022년 4월부터 청산면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농촌기본소득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 소멸이 우려되는 농촌 면 지역 주민 전원에게 월 15만원의 지역화폐를 5년간 지급한 뒤 그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34개월 동안 200억원이 풀리며 청산면에는 전에 없던 변화가 생겨났다. 정육점, 식당, 미용실이 새로 생기고 주민들의 역외 소비가 일부 역내 소비로 전환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청산면 궁평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주민은 “과거에는 농협주유소를 주로 이용하던 주민들이 청산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농촌기본소득을 받은 뒤부터 우리 주유소를 많이 이용한다”며 “농촌기본소득 도입 이후 매출이 30%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40대 청산면 주민은 “우리 집은 저와 아내, 자녀 2명, 어머니 등 5명이 한 달에 75만원의 농촌기본소득을 받고 있다”며 “적지 않은 돈이다 보니 고깃집 등 동네 식당에서 외식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른바 ‘동네 장사’가 일부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최대 관심 포인트였던 인구 증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청산면 인구는 2021년 3895명에서 농촌기본소득 시범 사업 첫해인 2022년 말 4217명으로 322명이 늘었다. 그러나 사업 2년 차인 2023년 12월에는 4176명, 3년 차인 지난해 12월에는 4068명으로 2년 연속 인구가 줄었다. 최근 2년 새 청산면 인구 감소율은 3.5%(149명)로 연천군 전체 인구 감소율(2.8%, 1197명)보다 높았다.

연천군 관계자는 “사업 초기 가족이나 지인 집 등에 편입하는 사람들로 인해 인구가 늘었지만 실거주 등 요건이 까다로운 데다 주거지를 따로 마련하기에도 여건이 좋지 않아 이후에는 감소세로 돌아선 것 같다”고 전했다. 정주 요건으로는 일자리가 중요한데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부족한 것도 인구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주거 환경이나 일자리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기본소득만으로는 지역 인구 소멸을 막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당장 기본소득 시범 사업이 종료되면 인구가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소상공인은 “청산면에 소매업이 새로 생겨났지만 농촌기본소득을 바라보고 한 창업이 많다. 2년 뒤 지원이 끊기면 나가겠다는 사람이 많다”면서 “일시적이고 연명 조치에 불과한 만큼 공기가 좋은 지역 여건을 고려해 요양원 등을 유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시도한 농촌기본소득 시범 사업의 정책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경기도농수산진흥원에 평가지표 개발과 평가를 맡겼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은 올해 12월까지 해당 업무를 수행한다. 경기도는 이와 별개로 지난해 12월 지역농업네트워크서울경기협동조합에 의뢰해 ‘농촌기본소득 효과 분석 중간조사 용역’에 착수했으며 오는 6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개선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소득보장 실험은 외국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표적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챗GPT를 선보이며 세상을 놀라게 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도 경기도에 앞서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그는 2020년 11월부터 3년간 미국 텍사스와 일리노이에 거주하는 21~40세 중·저소득층 미국인 3000명 중 1000명에게 매달 1000달러(약 138만원) 의 현금을 조건 없이 지급하고, 나머지 대조군 역할을 하는 2000명에겐 50달러(약 7만원)를 지급해 그들의 삶을 추적했다. 기본소득 수급자는 일하는 시간이 주 1.3시간 줄고, 이로 인해 근로소득도 월 125달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기본소득이 근로 의욕과 고용 가능성을 모두 낮추는 것으로 드러났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