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량원펑
저장대 출신으로 딥러닝 기반 퀀트투자로 막대한 자금 벌어
"AI능력에 대한 한계 궁금" 연구 중심 개발 중시
美반도체 규제 뛰어넘기 위한 "미친 수준의 집념" 주목
딥시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량원펑과 딥시크의 기업로고. [딥시크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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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흥미로운 일은 돈으로만 측정할 수 없습니다”
딥시크의 창립자 량원펑이 2023년 5월 중국 기술 전문지 중국36kr과 나눈 인터뷰 기사이다. 2023년 5월은 량원펑이 자신이 설립한 ‘환팡퀀트’(high flyer·幻方量化)라는 헤지펀드의 자회사였던 인공지능(AI) 연구소를 독립시켜 ‘딥시크’를 설립할 때이다.
헤지펀드가 왜 이런 막대한 돈이 필요한 일에 뛰어드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량원펑은 “집에서 피아노를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첫째는 구매할 여력이 있고, 둘째는 피아노로 연주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은 철저히 ‘AI를 연구하고 싶다는 동기로 뭉쳐진’ 연구집단이라는 것이다.
◇2021년부터 GPU 1만장 확보…2019년 첫 AI모델 발표
이때는 미국이 중국 AI 경쟁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엔비디아의 A100, H100과 같은 고성능 AI칩 등에 대한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 전이었다. 이전부터 AI에 관심을 가지고 2014년부터 엔비디아 GPU를 확보하기 시작한 환팡은 2021년 당시 1만장의 GPU를 확보한 상태였다. 중국 내에서 GPU를 1만장 이상 확보한 기업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의 빅테크를 비롯해 6곳이 넘지 않는 상황이었다.
량원펑은 “퀀트 투자 때문에 AI투자에 집중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퀀트 투자만을 목적으로 하면 사실 그렇게 많은 GPU가 필요하지 않다”며 “우리는 금융시장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모델을 찾을 수 있는지, 더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금융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다양한 모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이러한 모델이 금융 시장 외 영역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컴퓨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데 유지보수, 인건비, 전기료 등 많은 비용이 들지 않는가라는 질문에도 “전기료와 유지보수 비용은 하드웨어 구매 비용의 1% 정도”라면서도 “인건비는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인건비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며,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이라며 “우리는 호기심 많고 연구에 열정적인 인재를 선발하고, 이들은 진정으로 연구에 몰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딥시크 R1 가격 30분의 1…오픈웨이트로 ‘활용 가능’
이는 GPT-4터보(10달러, 20달러)나 구글의 제미나이 1.5프로(7달러, 21달러)는 물론, 같은 중국 AI인 알리바바의 큐원1.5(2.76달러, 2.76달러), 즈푸AI의 GLM-4(13.8달러, 13.8달러), 바이두의 어니4.0(16.56달러, 16.56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딥시크의 초저가 가격 정책은 중국의 AI시장에 피바람 같은 가격 경쟁을 일으켰다. 알리바바는 API 이용요금을 최대 97%, 즈푸는 80% 인하했고 바이두는 보급형 모델을 무료 공개했다. 또 중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챗봇인 도우바오를 운영하는 바이트댄스 역시 API출력 비용을 0.6위안(0.08달러)로 확 낮췄다.
이번에 출시한 딥시크 R1의 API 서비스 가격 역시 100만 토큰당 출력 기준 16위안(2.19달러)로 GPT o1(60달러)과 비교하면 30분의 1 수준이다.
딥시크는 최신 AI모델에 대한 보고서에서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한 GPU 사용금액은 557만 6000달러(81억원)으로 밝힌 바 있다. 이는 오픈AI가 새로운 AI모델을 개발할 때 5~10억달러를 투자한다고 알려진 것과 비교해 훨씬 적은 수준이다. 물론 서버비용과 연구개발 비용 등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이 투입됐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다만 딥시크의 557만달러가 최종훈련비용만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딥시크가 보여준 성과는 미국 기술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 톰슨 스트래테커리 창립자는 미국정부가 중국정부에 최첨단 AI칩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에서 이뤄진 상황에서 딥시크가 H800의 제한된 메모리 대역폭과 통신속도를 극복하기 위해 쿠다(CUDA) 레벨이 아닌 PTX(Parallel Thread Execution)라는 저수준 GPU 명령어까지 최적화한 “미친 수준의 집념”을 지적한다. 이같은 최적화를 통해 GPU간 데이터 병목이 최소화되고 연산효율성을 높아지면서 낮은 훈련비용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이 중국의 AI산업 추격을 막기 위해 해왔던 것들이 오히려 높은 수준의 혁신을 일으키는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게다가 딥시크는 챗GPT의 최고급 추론(AI모델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것) 모델인 ‘o1’에 맞먹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모델의 가중치(학습된 매개변수)를 공개해 연구자와 개발자와 자유롭게 사용하고 수정하는 오픈웨이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코드나 훈련데이터를 공개하진 않지 않아 완벽한 ‘오픈’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는 추론을 할 수 있는 고도의 AI를 기업, 연구소, 스타트업들이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재미있는 것은 미중 AI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량원펑과 오픈AI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 모두 1985년생이라는 것이다.
량원펑은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나 저장대에서 학부·석사를 졸업한 ‘중국 본토 엘리트’로 졸업 이후에도 바로 취직하지 않고 퀀트 트레이딩 기법을 연구하다가 친구와 함께 투자관리회사를 창업한다. 이후 2015년 설립한 황팡퀀트는 딥러닝을 이용한 퀀트투자로 운용규모가 2016년 10억위안(1991억원)에서 2021년 최대 1000억위안(19조원)까지 늘어나며 ‘중국 권트 4대 천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후 황팡펀트는 딥시크의 출자자로서 딥시크가 투자나 수익성에 구애를 받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다.
반면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했던 오픈AI는 영리법인 전환을 추진하며 더 많은 자본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년 내 영리법인 전환을 조건으로 66억달러(8조 7000억원)을 조달했고, 최근 소프트뱅크그룹을 필두로 최대 250억달러(36조원) 추가 자금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더 많은 자본을 끌어모아 막대한 투자를 통해 우위를 공고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딥시크의 등장에 샘 올트먼은 “제작 비용을 고려한다면 인상적”이라면서도 “우리가 훨씬 더 뛰어난 모델을 내놓을 것”이라며 성능에서는 딥시크를 확실히 눌러줄 것이란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후 오픈AI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최신 추론소형모델인 ‘o3 미니’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무료 사용자에게 접근을 허용했다. 딥시크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API 서비스 가격 역시 입력 토크 100만개당 0.55달러, 출력토큰 4.40달러로 크게 낮췄다.
이번 딥시크의 등장이 미중을 포함한 글로벌 AI경쟁에 새로운 전환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딥스크의 여파로 미국 AI주도권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미국 기술주에서 약 1조달러 사라지는 폭락 속에서 미국이 중국에 대한 AI반도체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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